안산술공방, 오픈쿡
며칠 전, 다음 메인에서인가 계란 노른자에 대한 글이 있어서 읽게 되었다. (여기 아래에 링크한 글)
https://brunch.co.kr/@sample/121
깊은 내용이 담겨있는 글을 공감하면서 읽다가,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버터막걸리 이야기가 등장을 했다.
버터막걸리가 뭐지?
생각이 들 찰나에 그 아래에 또 '안산술공방'이라는 곳의 링크가 걸려있길래 홈페이지를 구경했다.
술 빚는 사람들이 장소를 대여할 수도 있고, 원데이 클래스처럼 와인이나 막걸리를 빚는 체험도 가능한 곳이었다.
그리고 호오..! 버터막걸리를 무료로 시음할 수 있다고 되어 있어서 홈페이지를 통해 클래스(방문) 예약을 신청했다.
(그리고 이 버터막걸리에는 계란노른자가 들어가기에 유통이 좀 어려워서
공방에 직접 방문해야만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더욱 구미를 당기게 했다!!!!
한정판!!!
오프라인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것!!!
게다가 무료? = 한국 사람들이 절대 참지 못하는 것!)
예약 승인 문자가 왔고, 드디어 오늘! 기다리던 방문일이 되어 지하철을 타고 4호선 고잔역으로 향했다.
크고 깨끗한 상가 2층으로 가서 술공방을 찾았다.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로 되어 있는 공간에 들어가니 예약 이름을 확인하며 환영을 해 주셨다.
안내받은 자리에 앉으니, 바로 시간 맞추어 준비해 주신 버터막걸리를 내어주셨다.
남편과 함께 먼저 향기를 맡고, 마셔보니 와! 새로운 맛의 막걸리다.
남편과 나는 다양한 술을 즐겨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와인과 막걸리를 가장 좋아하는데 이건 그 어디에서도 맛보지 못한 막걸리다.
히야... 이건 뭘까....!
버터 막걸리도 막걸리지만, 방문 예약을 하면서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강사소개(=사장님 소개)를 보고 좀 신기했다.
지금 술공방을 하고 계신 것 같긴 한데, 약력이 굉장히 술과는 거리가 먼...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었다.
(궁금하시다면 직접 아래 홈페이지 링크에 들어가서 강사소개를 살펴보시길!)
사장님 정체가 뭐예요?
여쭈어보니, 방문하기 전에 남편과 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사장님의 정체에 대해 추리했던 내용이 어느 정도 맞았다.
버터막걸리와 함께 간단한 나초칩까지 준비해 주셔서 신나게 먹었다.
나는 처음 이 공간에 방문할 때, 약 10분 정도 머무를 것이라 예상했다.
시음으로 준비해 주시는 막걸리의 양은 많지 않을 것이고, 간단한 설명을 듣는 정도로 생각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와 남편은 이곳에서 약 1시간 30분 동안 10여 가지가 훌쩍 넘는 아주 다양한 술들을 맛보고, 사장님의 바람인 '손님의 만취'를 거룩히 성공시키고 가게를 나올 수 있었다. (좋았다는 뜻.)
사장님은 실로 술에 진심이셨고 '무료 방문객'인 우리에게 막걸리, 와인, 브랜디, 맥주 할 것 없이 가진 술의 대부분을 맛 보여 주시는 기염을 토했다.
(약간... 그... 왜... 우리네 할머니 같은?
우리 손주 입에 뭐가 들어있지 않으면 안절부절못하시며 얼른 먹어라, 밥 다 먹고 사과 깎아주까, 왜 이렇게 말랐누 아가~ 하는 것처럼 우리 부부에게 술을 계속 따라주심.
그... 한국판 디오니소스 사장님?)
술을 마시면서 남편과 공감하며 나누었던 이야기가 있다.
우리가 술에 대한 지식이 좀 더 많다면 이 귀한 술들을 좀 더 디테일하게 즐길 수 있을 텐데.
이전부터 남편과 와인을 마시면서 자주 나누었던 대화.
과연 1만 원짜리 와인과 10만 원짜리 와인, 100만 원짜리 와인을 우리가 마신다면 구분할 수 있을까, 100만 원짜리는 1만 원짜리보다 100배 맛이 있을까, 내 초라한(?) 혓바닥이 과연 그 웅장한(?) 맛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
오늘 공방 방문에서도 그런 아쉬움이 있었다.
술에 대한 지식이 좀 더 많았다면 더 충만하게 즐길 수 있을 텐데!
얼마 전 남편과 압구정에 있는 현대카드 쿠킹 라이브러리에 방문했는데, 이곳에서도 현재 전통주 테마가 진행 중이다.
2023년 1분기 우리 부부의 컨셉은 의도치 않게 술이 된 듯.
그리고 지금 막 빚고 계셨던 석탄주도 구경하고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었다.
익고 있는 쌀과 함께 먹으니 알코올버전 식혜 같기도 하고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맛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10가지가 넘는 술을 맛보고 나서 사장님의 마지막 킥!
가장 맛있었던 술이 무엇인가요?
제일 맛있는 술은 마지막에 한번 더 가득 따라 주신다고 한다! (와 이거지....!)
우린 중간 순서쯤 맛봤던 '시크릿가든'이라는 이름의 술을 골랐고 사장님은 아낌없이 그 비밀의 정원 같은 술을 따라주셨다.
다 먹고 나가기 전에 술을 한 병 사가고 싶어서 고민을 했는데, 유자 막걸리와 감귤 와인 중에 후자를 골랐다.
유자 막걸리는 맛 보여주셔서 맛보지 못했던 감귤 와인으로 픽!
오늘 이곳을 다녀오면서 쓰고 싶은 책의 주제를 하나 생각해 봤는데, 가제는 <이상한 사장님들과 지구에 불시착한 가게들>이다.
내용은 본인의 철학과 애정을 담은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들을 인터뷰하고 이들이 왜 이런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지, 이 공간에서 생긴 여러 가지 에피소드와 해프닝은 무엇인지를 담는 것이다. (오. 벌써 출간 컨셉 아이디어 끝.)
지난번 방문했던 리플릭스도 그렇고, 안산술공방도 그렇고, 이 공간들은 묘하게도 들어가는 순간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평범한 대한민국 어느 도시의 가게라기보다는 다른 차원으로 초대받은 그런 느낌이다. (리플릭스가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로!)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159
사온 감귤 와인은 언제 맛보는 것이 좋을까. 호시탐탐 노려야겠다.
오늘의 모험 끝!
(지도에는 안산술공방이 아니라 오픈쿡으로 등록되어 있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