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이로 Aug 05. 2023

한컴타자연습, 나모웹에디터, 장미가족의 태그교실


언니가 쓰던 공책에 적혀있는 _____국민학교를 네임펜으로 두줄 찍찍 그어 아래 초등학교라고 고쳐 썼다. 


‘정보화 시대’라며 학교에서는 머리통이 커다란 CRT 모니터와 컴퓨터가 가득한 정보컴퓨터실에서 한컴타자연습, 나모웹에디터로 홈페이지 만들기를 배웠다. 


친구들과 누가 더 타자가 빠른지 겨루고, 반에서 가장 타자가 빠른 친구는 한껏 어깨가 솟아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었다.


또, 요즘 아이들이 코딩을 배우는 것처럼 <html> <br> <img src>등의 태그를 배웠다. 


제일 유명했던 커뮤니티는 “장미가족의 태그교실”이었다. 


볼마우스가 잘 안 들으면 볼을 빼서 때가 낀 볼을 청소하고 후후 분 뒤 다시 넣었다. 


불빛이 번쩍번쩍한 광마우스는 한참 뒤의 물건이었다. 


OHP로 빔프로젝터처럼 수업을 하다가 몇 학년 때쯤인가 ‘멀티’라고 불렀던 대형 티비가 교실에 도입되었다. 


이 멀티 덕분에 과학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플래시’로 온도에 따른 분자들의 움직임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셔서 이해를 잘할 수 있었다. 


체육 수업이 있으면 멀티장 뒤로 숨어서 옷을 갈아입곤 했다. 


실과 시간에 요리 실습을 한다며 입었던 장미 수가 놓아진 앞치마와 머리수건 대신 챙겨갔던 등산 손수건은 이사할 때 보니 아직도 집에 있었다. 


밀린 방학 숙제를 하려면 신문을 버리면 안 되었다. 


일기장에 날씨를 적는 란이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선생님도 며칠 날 무슨 날씨였는지 기억하지 못하실 텐데, 참 순수하다. 




그렇게 자랐다. 


켜켜이 시간을 쌓아오면서. 


마우스 볼처럼 조금은 때가 끼어 가면서. 


그 때를 이따금씩 후 불며 청소하면서.

작가의 이전글 만 원짜리 쿠폰 쓰려다가 고기를 십만 원어치 사버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