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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Aug 28. 2023

서른넷 자식을 보는 엄마의 한숨


엄마 나 오늘 아침에 일어났는데 여기 새끼발가락 윗부분이 삔 것처럼 막 아팠다?


어디가?


여기. 근데 내가 뭐 부딪힌 것도 아니고 접질린 것도 아니고 어제 하루 종일 집에서 있었거든? 나가지도 않았어. 근데 여기가 갑자기 왜 이러지?


뭐 갑자기 그럴 때도 있지. 아니 근데 여기 뒤꿈치는 왜 또 다 까졌어?


아니 그냥 크록스 그거 쓰레빠 신고 다녔는데 여기 까지더라?


양말을 신어야지 그럼~


그니까 난 여름이니까 양말을 안 신었지.


하이고~


하하하. 엄마 나 삼십네살인데 엄마 아직도 나 보고 한숨울 쉬네.


. 파스나 붙여.





엄마는 서랍에서 파스 꾸러미 뭉치를 꺼내더니 오백 원짜리 보다 조금 더 큰 동전 파스 여섯 개짜리를 준다.


하나를 붙이고 남은 다섯 개는 지퍼백에 싸준다.




엄마 나 이따 수업하다가 이거 파스 냄새나면 어떡해?


뭘 어떡해. 냄새나면 나는 대로 하는 거지.


크. 맞아. 그냥 얘들아~ 쌤 발가락 아프니까 오늘만 좀 이해해줘라~~ 하고 말아야겠다.






원래 오늘 엄마랑 같이 공원에서 돗자리 깔고 피크닉을 하려고 했는데 가 오는 바람에 엄마 집으로 와서 닭도리탕을 얻어먹었다.



닭도리탕이 보글보글 끓는 동안 엄마랑 대화를 하는데 참으로 오랜만에 '으이그~' 하는 한숨을 들었더니 기분이가 좋다.



엄마한테 한숨 듣는 게 왜 좋았을까?


이제 점점 내가 엄마의 보호자가 되고 엄마가 나에게 의지하는 게 점점 더 커지는 느낌이었는데 오늘 이 순간만큼은 아직 난 어리고 혼자 잘 못하고 엄마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아이가 된 것 같아서.


그래서 엄마의 한숨이 좋았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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