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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Jul 28. 2023

63년 토끼띠 엄마의 첫 마라탕 도전기








“엄마, 금요일 저녁에 시간 돼? 가능하면 엄마 퇴근 시간 맞춰서 데릴러 가게. 저녁도 먹고.”


“좋지~”



저녁 시간이 바쁜 딸을 둔 덕에 엄마는 흔치 않은 기회인 저녁 식사 제안을 냉큼 받아준다.


무얼 먹을까.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회.

요 며칠 푹푹 쪄서 숨 쉬기 조차 곤란했으니 새콤달콤 시원한 물회?


순대와 순대국이 서비스로 나오는 족발집?


얼마 전 엄마가 가 보고 꽤나 괜찮았다고 추천했던 고기싸롱?


뭐가 좋을까.



엄마를 만족시킬 만한 메뉴를 찾는 것이 급선무다.


이럴 때 내가 쓰는 치트키. 한식, 일식, 중식, 양식 카테고리를 나누어서 생각해 보거나 배달의민족 어플에서 요새 잘 나가는 메뉴들을 구경한다.


그러다 며칠 전에 먹었던 바로 그 메뉴...!


향신료 범벅에 입이 얼얼해지며 다양한 채소와 고기까지 원하는 대로 취향껏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그 메뉴......!


바로 마!라!탕!





엄마는 엄청난 향신료 매니아다.


고수는 물론이요, 외국 여행을 가서도 나와 언니보다도 더 현지 음식을 만끽하는 63년생 토끼띠 이여사님.


뭐 양꼬치는 예사요, 쌀국수집에 가면 언제나 “고수 많이요~”를 외치며 향이 강하다는 것들에 한계가 없으시고, 매운 음식을 먹으며 헥헥대는 나를 보며 “이게 뭐가 맵다고...”를 시전하는 이 여성에게 최적화된 음식을 찾았다.


마음 속에서 자꾸 나도 모르게 키득키득 하는 소리가 비집고 나오는 느낌이었다.


‘분명, 이거 엄마 취향이다.’


낮 동안 이런 저런 일을 해치우고 퇴근하는 엄마를 차에 납치하듯 집어 삼켜 7분 거리에 있는 마라탕 가게에 갔다.


“엄마, 마라탕 가게는 이렇게 바구니에 집게로 원하는 재료를 담으면 돼.


무게로 계산 되니까 물기 탈탈 털어서 담아.


그리고 고기는 저기 아이스크림통 같이 생긴 것에 있어.


보통 백그람에 삼 천원 정도 해.


고기 빼고 야채로만 최소 칠 천원 어치 이상 담아야 계산할 수 있어.


담에 친구랑 오면 할 수 있겠어?”



“엉. 좋으네.”


대답을 하면서 엄마가 집게로 뭔가를 잔뜩 바구니에 담았다.


고수였다. 하하하.



계산을 마치고 뜨거운 물에 데쳐진 야채들과 함께 마라탕이 한 가득 나왔다.




“엄마, 국물부터 먹어 봐........... 어때....?!”



“야, 이거 대박이다. 지구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었단 말야???”



역시나! 야호!! 성공이다!!!



다녀온 후기를 언니한테 보내자 엄마가 다시 한 번 대답했다.



찐맛있쪗어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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