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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Sep 15. 2023

바닥에 똥냄새가 진동하는 걸 보니 가을이 오긴 오는구나


룰루랄라 신나게 퇴근하는 길에 코를 찌르는 똥 냄새...! 


아! 가을이 오긴 오는구나! 



가을이 왔음을 알리는 신호. 



높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샤워기를 틀자마자 나오는 찬 물이 달갑지 않고 움츠러드는 피부, 


시원~~ 하게만 느껴졌던 버스 에어컨 세례가 이제 춥게 느껴져서 하차하고 맞는 공기의 온도가 따뜻하다고 느낄 때... 



여러 가지 신호들 중에 가장 강력한 건 은행나무 열매의 똥 냄새다. 


봄에는 버찌가 인도를 파란색으로 물들이고 가을엔 은행 열매가 그 위용을 뽐낸다. 


은행 열매는 제대로 밟으면 깨지지만 잘 못 밟으면 딱딱한 알맹이가 그대로 발바닥에 고통을 전달한다. 


그리고 신발 밑창에 묻은 열매 과육이 계속 따라다니며 불쾌한 냄새를 폴폴 거리고 자랑한다. 


경기도 수원시에는 이런 불상사(?)를 줄여 시민의 안전과 안녕을 기하기 위해 은행 열매 수집망을 설치하기도 했다. 




이미지 출처: 수원시 공식 블로그  https://blog.naver.com/suwonloves/221671700012




은행을 줍는 어르신들이 아쉬워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만, 시골길도 아니고 대로변에서 매연 먹고 자란 은행을 주워서 드시는 것은 몸에도 안 좋을 것 같으니 이 조치가 나로서는 여러모로 반갑기만 하다. 






은행은 열매를 떨어뜨려서 번식을 꾀하려고 DNA에 각인된 대로 행하고 있다. 


흙이었다면 모두가 반길 이 유전적 당위는 도심 속 길가에 가로수의 운명으로 심긴 은행나무에겐 미완의 불운으로 남을 뿐이다. 


어찌 보면 가엾은 은행나무. 비록 꼬랑내 나는 열매는 미움받지만, 아름다운 노란빛의 낙엽은 예쁨 받으니 너무 속상해하지 않길 바란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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