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탐탐 제철음식 사냥꾼

먹는 즐거움 제일 좋아

by 김이로

2꼬 2가 4방 5굴. 무슨 암호일까? 맞춰보시라. 바로 내가 지난겨울에 먹은 제철음식 점수표다. 꼬막 삶아먹기 2번, 가리비 삶아먹기 2번, 대방어 먹기 4번, 생굴 사서 전해먹기 5번. 지난 12월에는 거의 매주 토요일마다 굴전을 해 먹었다. 남편은 토요일 아침에 보통 묻곤 한다.



"이번 주말에 우리 뭐 먹어?"

"굴전."


"... 또?"




굴전과 가리비찜. 전에 한식조리사 학원에 다녔을 때 음식의 담음새도 배워서 예쁘게 담아 보았다.




엄마가 해산물을 무척 좋아하셔서 어릴 적부터 자주 먹었다. 회를 잔뜩 사 와서 먹는 것은 다반사요,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가족끼리 한강 시민공원 구경을 나설 때 집에서 꽃게를 쪄서 챙겨가셨다. (코로나가 있기 전 2016년 이야기이다.) 치킨, 피자, 맥주가 즐비한 한강 시민들 속에서 손에 위생장갑을 끼고 꽃게를 먹는 가족. 한강에서 꽃게찜 먹어 본 가족 있나요? 이렇듯 금수저는 아니지만 엄마 덕에 물고기 수저를 물고 태어난 나는 겨울에 고래가 된다. 입을 크게 벌려 바닷물과 함께 쏟아져 들어오는 해산물을 모두 꿀꺽 삼키는 고래.




헉. 4방인줄 알았는데 지금 사진을 올리며 보니 6방이다. 지난 겨울 나는 6번이나 방어를 먹었다.





나는 옷이나 화장품 등에 쓰는 돈이 적다. 화장품은 거의 안 사고, 옷은 봄여름 묶고 가을겨울 묶어서 한 철 입고 버릴 만한 티셔츠 몇 개를 사고 바지 한 두벌을 사는 것이 끝이다. 다만 먹을거리에 돈을 많이 쓴다. 제철 음식은 영양소가 많아 몸에도 좋다는 핑계를 방패 삼아 오늘은 뭘 살까 호시탐탐 노린다. 눈은 뱅글뱅글 돌아가고 입에는 군침이 돈다.





2꼬 2가 4방 5굴의 겨울이 지나면, 초봄이 온다. 이 때는 멈추지 말고 달려야 한다. 무엇을 향해? 딸기를 향해. 딸기는 비싸다. 하지만 맛있다. 가끔은 큰 맘먹고 한 팩에 8천 원 넘는 딸기를 먹기도 하고, 마트에 가면 한두 개 무르기 시작한 저렴한 딸기 팩을 묶음으로 사 오기도 한다. 무른 딸기는 갈아서 요구르트, 우유와 섞어 먹으면 훌륭한 카페 음료가 된다. 봄은 냉이 부자가 되는 철이기도 하다. 엄마는 3월 중순이 되면 외할머니 댁으로 내려가 냉이를 잔뜩 캐온다. 12월의 모든 토요일에 굴전을 먹었다면, 3월 중순부터 4월의 모든 토요일엔 냉이 전을 해 먹었다. 덕분에 식용유 한 통을 새로 사야 했다.




냉이를 정성껏 다듬고 새우를 함께 넣어 부치면 향긋한 냉이전이 된다.







여름은 복숭아의 계절이다. 지금은 잃어버린 파일인데 3년 전에는 엑셀에 복숭아 일기도 썼다. 복숭아를 종류별로 한 박스씩 사서 도장깨기 하듯 먹어보고 감상을 남기는 일기였다. 유명, 마도까, 대옥계 등의 종류도 구분하고 하늘작, 햇사레 등의 지역 브랜드도 구분했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유명한 햇사레 복숭아보다 충주 하늘작 복숭아가 제일 맛있었다. 하늘작 유명 복숭아. 올해도 어김없이 사 먹을 거다.




복숭아에 진심인 나와 남편의 지난 해 대화캡쳐





나는 딱딱이 복숭아를 좋아하는데 껍질째 먹는다. 딱딱이를 껍질 째 먹을 때 써먹을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을 소개한다. 아래 그림처럼 복숭아를 세로로 4등분 (십자를 낸다고 생각하면 2번의 둥그런 칼질로 4등분이 가능하다) 하고, 가로로 한번 잘라준다. 그 후에 복숭아의 북반구와 남반구를 손으로 잡아 서로 반대 방향으로 비틀면 복숭아 씨에 과육이 달라붙지 않고 아주 깔끔하게 떨어져 나온다.









가을은 화성 전곡항으로 떠나야 한다. 새우 잡으러! 대하의 계절에는 소금구이를 해 먹어야 제맛이다. 가을 전어가 그렇게 맛있다는데 어린 시절 세꼬시로 먹었을 때 뼈의 식감이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서 아직까지 도전을 못 하고 있다. 엄마 말로는 전어도 세꼬시 말고 포를 떠서 뼈 없이 해준다고 한다. 이번 가을엔 꼭 도전해 봐야지.



어차피 버티고 버텨봐야 흐르는 게 세월인데. 잊지도 않고 또 찾아왔다고 계절을 면박 주지 말자.

어차피 또 만날 반가운 계절이면 제철음식 챙겨 먹고 기운이나 내 보자.




21.07.04 다음 메인, 카카오톡 # 탭에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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