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카페트
지난번 비염 잡는 작두콩차의 활약이 그리 좋지 못한 까닭에, 다음 스텝으로 생각한 것은 항원 없애기. 비염과의 싸움에서 두 가지 전술이 있다면 첫째는 알레르기 반응 누르기, 둘째는 항원 없애기가 있겠다. 작두콩차나 비염 스프레이는 이미 나타난 알레르기의 반응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이다. 하지만 여러모로 생각했을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 원인, 다시 말해 항원을 제거하는 것이다.
신혼 인테리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들 중 하나인 카페트 a.k.a 러그. 겨울에는 차가운 바닥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피하여 보온에 도움을 주고 여름에는 포인트 인테리어가 될 수 있어서 모름지기 신혼부부라면 거실에 하나쯤 마련한다. 나 역시 정규분포표의 중앙값이라 할 수 있는 극히 평범한 사람이기에 러그 검색에 돌입했다.
오늘의집 어플을 켜서 러그를 검색. 쇼핑 탭으로 이동해서 스크롤을 쭉 내리면서 살펴보다가 오, 리뷰가 삼만 오천 삼백 칠십 일개!? ㅡ지금 글을 쓰는 현재 확인해보니 어느새 사만 개가 넘었다. 여전히 잘 팔리고 있는 양품이군요!ㅡ 이거다. 뒷면 논슬립 처리로 미끄러지지도 않고, 심지어 세탁도 된다니 바로 색상과 사이즈를 고른다. 특대 사이즈에 밝은 베이지 색상. 바로 구매 완료!
이틀 뒤 배송된 러그를 바닥에 장착하니 [신혼부부 감성 인테리어 +10포인트 상승!] 그렇지만 내가 간과했던 ㅡ동시에 간과하지 말아야 했었던ㅡ 사실이 하나 있었다.
우리 집엔 고양이가 산다.
촘촘하고 꼼꼼하게 제작된 심지어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 태극기를 바라보며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해도 될 것 같은 이 국력 신장의 대표작(?)이라 해도 무방한 러그의 촘촘함이 우리 집 고양이의 모든 털을 제 것인 양 끌어 모으게 되었다. 내가 산 건 2mm 길이의 모 러그인데 왜 시간이 지날수록 고양이 털길이의 러그로 자라나는 거니. 살아있는 마법 양탄자인 거니?
고양이털에 더해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간 각질들로 집먼지 진드기 하나하나에게 나도 아직 실현 못 한 내 집 마련의 골든벨을 울려주었다. 그럼에도 감성 인테리어를 포기할 수 없었던 신혼 1년 차, 흐르는 콧물과 자라나는(?) 러그를 모두 흐린 눈 하고 한 달에 두 번 러그를 빨았다. 14kg LG 통돌이 세탁기와 9kg 삼성 건조기는 러그를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듯했지만 일단 나부터 살고 봐야 했기에 뚜껑을 열고 욱여넣었다.
세탁기와 건조기가 물을 쓰는 양이 늘어날수록 내 코에서 흐르는 콧물 역시 정비례했다. 이제 때가 된 것이다. 나와는 맞지 않는 그와의 이별을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을 더 이상 모르는 척할 수 없었다.
당신은 우리와 함께 갈 수 없습니다. 러그의 목에 걸리는 불합격 목걸이.
세탁을 해도 고양이 털이 잔뜩 박혀 있어 중고로 판매하거나 공짜로 나눔을 해도 오히려 욕먹기 십상인 이 러그는 결국 묵은 간장을 버리는 데 흡수재로 몸을 불사르는 숭고한 최후를 맞이하였다. 그렇게 항원을 제거하고 3개월 정도 꽤나 괜찮은 코 컨디션을 가졌다. 점점 코 푸는 휴지를 찾는 빈도가 줄어들고, 눈앞머리를 미친 듯이 부비는 경우가 잦아들었으며, 말하다 말고 갑자기 엣취 하는 재채기도 눈치를 보는 듯했다...... 고 생각했는데, 이 지칠 줄 모르는 비염은 호락호락하게 백기를 들지 않았다.
다음 편 예고> 면역력이 문제인가? 유산균, 프로폴리스, 아연.. 닥치는 대로 사!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