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번째 이야기
잠은 끝내 오지 않았다.
방 안은 숨소리조차 잠든 듯 고요했지만,
내 머릿속은 밤새 달리고 있었다.
눈을 감으면 편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생각들은 더 또렷해져
서로의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네가 우리 엄마랑 달라서 좋아.”
결혼 전, 남편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가 너무 팍팍해서
숨이 막혔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좋다고 했다.
나 같은 사람이 자기 곁에 있어 다행이라고,
그렇게 말하던 사람이었다.
나는 그 말속에서, 내가 그의 삶에 쉼표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믿었다.
그런데 지금 그는, 바로 그 어머니와 나를 나란히 세워놓고 비교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나를 깎아내렸다.
말은 짧았지만, 그 여운은 날카로운 칼처럼 마음 깊숙이 파고들었다.
나는 내 나름대로 계획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 다만, 가계부를 펼칠 때마다 마주해야 하는
‘적은 예산’ 앞에서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그래서 작은 여백 하나를 남겨두었을 뿐이었다.
우리의 신혼이 전부 계산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허락한 최소한의 자유였다.
그런데 그는, 그 여백마저 부정했다.
그리고 그 한마디.
“경제관념이 부족한 것 같아.”
그 말은 너무 낯설어서, 잠시 무슨 뜻인지 이해조차 되지 않았다.
내 생애 처음 듣는 비난이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용돈 안에서 스스로 조절하며 살아왔고, 사회인이 된 이후에도 내 형편을 넘는 지출은 하지 않았다.
늘 ‘이 정도면 괜찮을까’를 먼저 계산하며 살아온 나였다. 그런데도 나는 바로 반박하지 못했다.
서운함이 너무 커서, 말이 되지 못한 감정이 목을 막아버렸다. 설명하고 싶었지만, 설명하는 순간 더 초라해질 것 같았다.
그 순간의 남편은,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었다.
낯설었고, 그 낯섦이 나를 단숨에 얼어붙게 만들었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나와 그 사람 사이에서,
처음으로 혼자가 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