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번째 이야기
남편이 회식하고 돌아온 날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얼굴이 평소보다 유난히 밝았다.
술을 좀 마셔서 그런 건지, 사람들과 어울린 여운 때문인지 아무튼 꽤 들떠 보였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내가 묻자 그는 손을 씻으면서 말했다.
“오늘 진짜 맛있는 걸 먹었거든.
처음 먹어봤는데, 와… 진짜 맛있더라.”
“뭔데?”
“대창.”
유명한 집이라 예약도 어렵고,
입에서 고소함이 확 퍼진다며 한참을 신나게 이야기했다.
듣다 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궁금해졌다.
“그렇게 맛있어? 그럼 우리도 나중에 같이 가보자.”
그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표정이 굳었다.
손을 털던 동작이 멈췄고, 시선이 바닥으로 내려갔다.
“그건 안 돼.”
“왜?”
“너무 비싸.”
“얼마나 하는데?”
“1인분에 2만 5천 원.”
그 숫자가 공기 중에 또렷하게 남았다.
순간, 마음 한쪽이 서늘해졌다.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 정도면 기념일에 한 번쯤은 괜찮지 않아?
나도 좀 먹어보고 싶은데.”
그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너무 비싸. 그냥 한 번 먹어본 걸로 끝.”
망설임 없이 내뱉은 그 말이,
내 쪽으로 문을 닫는 소리처럼 느껴졌다.
같이 가자는 말이 그렇게 큰 바람이었을까.
내가 원한 건 비싼 음식이 아니라
그의 일상 속에 나도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일이었다.
맛있는 걸 먹으면
문득 떠오르는 얼굴이 있기 마련인데.
‘너도 좋아할 것 같아’라는 말이
아무렇지 않게 따라오는 법인데.
이제는 그의 선택에도, 생각이 닿는 끝에도
내 자리는 없는 것 같았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끄덕였다.
더 묻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은 조용히 가라앉고 있었다.
잠들기 전, 문득 그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네가 먹고 싶다며? 그럼 어디든 가야지.”
결혼 전에 그가 했던 말이었다.
그 따뜻했던 문장들은 어디로 흘러가 버린 걸까.
시간 속에서 닳아버린 걸까,
아니면 나만 아직 붙잡고 있었던 걸까.
정말 그렇게까지 아껴야 하는 걸까.
그 질문이 그 밤 내내 오래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