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스트 남편과 산다는 건

스물네 번째 이야기

by 달빛여우



정기검진도, 초음파도, 태아의 심장 소리를 처음 들은 날도 나는 늘 혼자였다.


좁은 진료실에서 처음으로 울리던 그 빠르고 또렷한 소리를 들으며, 기쁨보다 먼저 허전함이 밀려왔다.


이 소리를 왜 나 혼자만 듣고 있어야 할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처음에는 그가 바쁘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한두 번쯤은 그럴 수 있지, 그렇게 스스로를 달래며 넘겼다.


이해하는 아내가 되는 게 더 어른스러운 일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병원 대기실에서 나란히 앉아 있는 부부들을 볼 때면, 괜히 시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남편의 손을 잡고 초음파 사진을 들여다보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올수록, 내 자리는 더 또렷하게 비어 보였다.


“이번엔 같이 갈 수 있어?”


용기 내어 물을 때마다, 남편의 대답은 늘 같았다.


“아니. 다음에 같이 가자.”


그 ‘다음’은 오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이 물었다.


“아빠는 못 오셨어요?”


나는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


“네, 일이 많아서요.”


그 말은 점점 입에 붙었다.


마치 준비된 문장처럼 자연스럽게 나왔고, 동시에 내 감정을 덮어주는 얇은 방패 같았다.


더 묻지 말아 달라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진료실 문을 열고 나올 때면, 눈물이 차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복도를 걸어 나오며 몇 번이나 숨을 고르고, 울음을 삼켜야 했다.


배는 점점 불러오고, 아기는 분명히 자라고 있었지만 그 기쁨을 함께 나눌 사람은 없었다.


집에 돌아오면 그는 별일 아니라는 듯 물었다.


“병원에서 뭐래?”


나는 짧게 대답했다.


“잘 크고 있대.”


그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고, 대화는 거기서 끝이었다.


더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고, 더 말해봤자 닿지 않을 것 같았다.

내 안에 쌓여 있던 말들은 모두 조용히 삼켜졌다.


그러던 어느 날, 부부 모임에서 넋두리처럼 병원에 혼자 다닌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모두가 놀란 얼굴로 남편을 바라보며 한 마디씩 보탰다.


왜 같이 안 가냐고, 그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남편은 당황한 얼굴로 웃었다.

변명도, 설명도 아닌 웃음이었다.


그리고 그다음 검진 날, 그는 병원에 동행했다.


초음파 화면을 한 번 보고, 의사의 설명을 대충 듣고, 시간이 되자 서둘러 나왔다.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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