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스트 남편과 산다는 건

스물다섯 번째 이야기

by 달빛여우



입덧은 다행히 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딸기와 소고기가 유난히 당겼다.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값이 만만치 않아 망설여졌지만

아기를 가진 딸이 마음에 걸렸는지

엄마는 비싼 한우를 사서 냉동고를 가득 채워주셨다.


“이럴 때는, 엄마가 잘 먹어야 해.”


그 말과 함께였다.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참지 말고 사 먹어라.”


그러며 시아버님은 자신의 용돈 중 일부를 보내주셨다.


누군가는 이 아이를 함께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누군가는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는 마음이

내게는 큰 위로가 되었다.


그 덕분에 아이에게 덜 미안할 수 있었다.


적어도, 혼자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장을 보고 돌아와

딸기를 봉지째 들고 있던 순간,

남편이 무심한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작작 좀 먹어. 도대체 비싼 딸기를 얼마나 먹는 거야?”


그 말에 마음이 툭 하고 꺾였다.


귀를 의심했지만, 분명히 들었다.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말이었다.

그러나 그건 단순한 잔소리가 아니었다.


내가 아이를 품고 있다는 사실,

이 아이를 위해 조금이라도 더 신경 쓰고 싶었던 마음,

그 모든 것이 한순간에 가볍게 지워진 기분이 들었다.


‘아기를 가진 엄마’가 아니라

그저 괜히 돈을 쓰는 사람,

분수도 모르는 사람으로 보인 것 같았다.


손에 들고 있던 봉지를 내려놓는 것도 잊은 채

나는 그대로 멈춰 서 있었다.


지금이었다면

그 말에 되받아쳤을지도 모른다.


왜 이 딸기가 내게 필요한지,

왜 이게 사치가 아닌지 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땐 그러지 못했다.


나에 대한 그의 사랑이 식었다는 걸,

이 관계가 이미 생각보다 깊이 금이 가 있었다는 걸 차마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아직은 믿고 싶었다.

아직은, 우리가 괜찮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제야 알게 되었다.


왜 그렇게

딸기가 먹고 싶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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