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 번째 이야기
어릴 적, 나는 딸기를 참 좋아했다.
딸기 철이 오면 하루에도 몇 번씩 “딸기 먹고 싶다”를 중얼거리던 아이였다.
그런 나를 위해 아빠는 주말마다 근교의 딸기농장으로 차를 몰았다.
두 시간을 달려 도착한 농장에서 트렁크가 가득 차도록 딸기를 사 오셨다.
집에 돌아와 냉장고 문을 열면, 빨갛게 윤이 나는 딸기들이 칸칸이 쌓여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참지 못하고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이렇게나 많이 사 왔어?”
그러면 아빠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마음껏 먹어. 다 네 거니까.”
나는 그 말이 참 좋았다.
예쁜 엄마도, 종갓집 장손인 오빠도, 늦둥이 막내도 다 제치고, 나를 가장 사랑한다는 말처럼 들려서.
그 한마디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었다.
그때 아빠가 지어 보이던 따뜻한 미소와 부드러운 목소리는,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흐릿해지지 않았다.
그랬다.
그때 내가 정말로 원했던 것은 딸기가 아니었다.
나는 그 시절의 기억을, 아빠의 사랑을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아기를 가지고 나서, 돌아가신 아빠가 유난히 더 그리웠고
내가 임신했다는 걸 알았다면 아빠가 얼마나 기뻐했을지, 그런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되뇌고 있었다.
그래서 딸기가 그렇게 당겼던 것이다.
너무 외로워서.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서.
딸기를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달콤함 뒤에 숨어 있던 아빠의 사랑이 그리움과 함께 밀려왔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그렇게 딸기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정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아빠가 살아 계셨다면,
이곳에서 나를 꺼내주지 않았을까.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잡고,
“우리 집으로 가자.”
그렇게 말해주지 않았을까.
그런 바람을 담았는지도 몰랐다.
생각이 거기에 닿자, 끝내 참고 있던 눈물이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