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 번째 이야기
‘내가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 걸까.’
그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생각은 끝없이 맴돌았고, 아무리 붙잡아 보아도 이해할 수 있는 답은 나오지 않았다.
사랑이 식어가는 과정은 보이지 않는 칼날이 천천히 몸 안을 스치는 것과 닮아 있었다.
분명 아픈데, 아프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상처는 눈에 보이지 않았고, 말로 꺼내는 순간 오히려 더 흐트러질 것만 같았다.
그저 조용히, 그러나 끊임없이 스며드는 통증만이 나를 붙잡고 있었다.
가슴은 숨이 막힐 듯 답답했다.
사랑은 한때 나를 비추던 빛이었다.
그의 말 한마디, 사소한 웃음에도 마음이 데워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고 있음에도 공기가 차갑게 느껴졌다.
함께 있으면서도 혼자인 것처럼, 설명할 수 없는 공허함이 자리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 그의 온기를 놓지 못하고 있었다.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다가 자연스레 웃음 짓던 날들이 분명히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을 뻗을수록, 손끝에 닿는 것은 점점 흐려지는 기억뿐이었다.
왜 그의 마음은 이렇게 쉽게 멀어졌을까.
왜 그의 사랑은 이렇게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식어가 버렸을까.
내가 무엇을 잘못한 걸까.
아무리 되짚어 보아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내 안에서는 우리의 아이가 자라고 있다.
그래서 아픈데도, 이별이라는 말을 차마 떠올릴 수 없었다.
상처를 받으면서도, 상처를 주는 걸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그를 놓지 못했다.
혹시나.
아주 적은 가능성이라도 남아 있다면.
우리의 시간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 희미한 기대 하나를 품은 채, 그저 기다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