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한 번째 이야기
남편은 끝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한층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족들이 알면 걱정할 테니, 말하지 말아 줘.”
그 한마디에서, 나는 그가 잘못을 알고 있다는 사실만 겨우 읽을 수 있었다.
나는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가족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곧 태어날 아기를 생각해 당장 어떤 결론을 낼 순 없었으나 그와 감정적으로 멀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날 이후, 남편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일단, 퇴근 시간이 빨라졌다.
“오늘은 많이 힘들지 않았어?”
먼저 안부를 묻기도 했다.
식사 중에는 말없이 물 잔을 채워주었고, 내가 숨을 길게 내쉬기라도 하면 곧바로 괜찮냐고 물었다.
그 모습이 문득, 연애하던 시절의 기억을 건드렸다.
나보다 한 발 먼저 내 기분을 헤아리던 그때,
그 조심스러운 손길과 시선을.
그의 친절이 다소 과장되었다는 걸 느끼면서도 말이었다.
굳이 진심을 가려내려 하지 않았는지도 몰랐다.
대신 그의 불안한 눈빛을 내가 이해하고 싶은 쪽으로 해석했다.
적어도 변하려 애쓰고 있다는 신호라고.
그렇게라도 우리 사이가 나아질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순진하게도 그의 달라진 태도에 조심스럽게 마음을 기대었다.
내가 웃으면 그는 안도의 기색을 보였고, 내가 말을 아끼면 다시 긴장했다.
그 순간마다, 내가 여전히 중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받는 듯해서, 그 반응들은 묘하게도 나를 안심시켰다.
그 때문인지 한동안 없던 입맛이 돌아왔다.
먹어도 금세 배가 고팠고, 몸무게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갔다.
남편은 내가 말한 음식들을 하나하나 기억해 사다 주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이 변화가 지속되기를 바랐다.
다시 한번 믿고 싶어졌다.
그의 미안함이 담긴 행동들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약속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일을 묻기로 했다.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일이었고, 그렇다면 앞으로의 시간 속에서 이번 용서가 그에게 무거운 흔적으로 남기를 바랐다.
살면서 혹시 내가 잘못을 하더라도, 이번 일을 떠올리며 나를 이해해 주기를 바랐다.
그렇게 일상은 안정된 듯 보였다.
그러나 그것이 잠시였음을, 나는 곧 깨닫게 되었다.
나의 마음이 누그러진 걸 눈치채기라도 한 듯, 남편은 어느새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