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두 번째 이야기
새벽녘, 이불 아래에서 축축한 감촉이 느껴졌다.
잠결에 몸을 뒤척이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내 양수가 터진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이 밀려왔다.
머릿속이 하얘진 채, 떨리는 손으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그 한 마디를 꺼내는데, 참아두었던 감정이 터지듯 눈물이 고였다.
전화를 받은 엄마의 목소리는 곧바로 다급해졌다.
“얼른 병원 가. 아기 나오려나 보다.”
엄마는 일을 마치는 대로 오겠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야, 비로소 현실이 또렷해졌다.
나는 잠옷 위에 급히 겉옷을 걸치고 몸을 움직였다.
모든 게 너무 갑작스러워 심장은 두근거리고, 숨도 가빠왔다.
마침 서울 이모님 댁에 머물고 계시던 시어머니가 병원으로 달려와 주셨다.
병실에 들어선 시어머니의 숨결에는 서두른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괜찮니?”
그 얼굴에는 걱정과 긴장이 묻어 있었다.
나는 침대에 누운 채 시어머니의 손을 꼭 잡았다.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에 마음이 조금 느슨해졌다.
이런 순간, 곁에 있어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존재는 든든한 버팀목처럼 느껴졌다.
곧 허리가 뻐근해지며 진통이 시작되는 듯했다.
몸 안에서 작은 파동이 일렁였고, 곧 감당해야 할 고통이 다가오고 있다는 예감이 스쳤다.
그때 남편이 아무렇지 않게 입을 열었다.
“난 회사에 다녀올게. 어머니가 계시니까.”
순간, 시어머니조차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병실 안의 공기가 잠시 멎은 듯했다.
“안 가면, 안 돼?”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적어도 남편이라면, 이런 순간에 곁에 있어야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그의 태도에는 그런 마음이 없어 보였다.
그 모습에 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이미 나는 반쯤 포기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이제 그에게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