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스트 남편과 산다는 건

서른세 번째 이야기

by 달빛여우



진통은 예상보다 훨씬 거세게 몰려왔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허리가 안쪽에서부터 갈라지는 듯했고, 마치 파도처럼 끊임없이 밀려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픔의 결이 달라졌다.

잠시 숨을 돌릴 틈도 없이, 통증은 몸 전체를 휘감았다.


의식을 잃었다가 정신이 돌아올 때마다, 나는 다시 고통의 한가운데로 되돌아와 있었다.


그때, 병실 문이 열리며 회사에서 돌아온 남편과 눈이 마주쳤다.


그 얼굴을 보는 순간, 꾹 눌러두었던 무언가가 터지는 듯했다.

눈물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았다.


그런데 그는 내 얼굴을 보더니, 웃음기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렇게 아파?”


그 말에 마음이 멎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견디고 있는 이 고통 앞에서 건네는 말이 고작 그것뿐이라니.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웃을 수 있는지.


그 모든 것이 너무 낯설어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아니, 이해할 수 없었다.


진통을 견디지 못해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나는 일이 반복되자, 의사는 무통분만을 권했다. 진통이 시작된 지 이미 여덟 시간이 지난 뒤였다.


무통주사를 맞고 나서야 지옥 같던 고통에서 잠시 벗어난 듯했다.

그러나 그 안도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시어머니가 잠시 볼일을 보고 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남편이 따라나섰다.


“내가 배웅하고 올게.”


진통 중인 산모를 두고 나가겠다는 말에 시어머니가 만류했지만, 그는 태연하게 덧붙였다.


“나 배고파. 엄마 배웅하고 밥 먹고 오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화도, 서운함도 더 이상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마음 한가운데가 텅 비어버린 느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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