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아홉 번째 이야기
그렇다고 이 현실을 가족들에게 말할 수 없었다.
그들은 내가 잘 살고 있다고 믿고 있었고,
나는 그 믿음을 깨뜨릴 용기가 없었다.
특히 엄마에게는 더더욱 그랬다.
아빠도 없는 지금, 내 사정을 털어놓는 일은
엄마의 어깨 위에 또 하나의 짐을 얹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입을 다물었다.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웃으며 전화를 받았고,
괜찮다고 말했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못하는 그 고립감이
아침부터 밤까지 나를 집요하게 옭아맸다.
아이를 품에 안고 있는 순간에도 그 공허는 사라지지 않았다.
작은 손이 내 손을 꼭 잡고 밝게 웃어 보일 때조차
나는 그 곁에 온전히 함께 있지 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이가 잠들고 집 안에 다시 고요가 내려앉으면
나는 소파에 앉아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둠을 가르며 스쳐 지나가는 차의 불빛은
잠시 세상을 밝히다 이내 흔적 없이 사라졌다.
그 모습은 마치 내 하루 같았다.
말 한마디 건네줄 사람도, 내 마음을 알아줄 사람도 없었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살아 있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그저 숨을 쉬며 하루를 견디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끝을 가늠할 수 없는 나락으로 가라앉는 날들이 이어졌다.
마치 벌을 받는 것 같았다.
아주 크고 무거운 벌.
그 무게가 너무 크고 무거워서 하늘이 내린 벌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없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떤 죄를 지었기에
이토록 무거운 시간을 살아내야 하는지.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 저지른 죄가 있다면,
얼마나 큰 죄이기에 이 삶이 내 몫이 되었는지
끝내 알 길이 없었다.
밤이 오면 침대에 누워 하나님께 물었다.
“제발 알려주세요. 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가슴을 쥐어짜듯 질문을 올렸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침묵은 길었고, 어둠은 더 깊어졌다.
몇 날 며칠 같은 질문을 반복해도
결과는 늘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