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두 번째 이야기
나는 결국 입을 열었다.
너무 오래 참아왔고, 더는 견딜 수 없었다.
엄마에게, 그리고 몇몇 친구들에게.
말은 조심스러웠다.
마치 오래된 서랍 속에 숨겨둔 비밀을 꺼내듯,
단어 하나하나를 고르며 내뱉었다.
하지만, 내 고백은 곧 공기 속으로 흩어졌다.
엄마는 잠시 눈을 깜빡이며 내 말을 되새겼고,
친구들은 어색하게 웃었다.
곧 이어지는 반응은 비슷했다.
“너희 신랑이 그렇게 했다고?"
“네가 요즘 많이 힘든 거 아니야?”
그들의 눈빛은
의심과 걱정 사이 어딘가에 머물렀다.
내 이야기는 과장처럼,
나는 괜히 투정을 부리는 사람처럼 보이는 듯했다.
남편은 가족들 앞에서는 성실했고,
친구들 사이에서는 다정했다.
밖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모범적인 아빠였다.
그 모습이 너무 완벽했기에,
내가 꺼낸 말은 현실감 없는 그림자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나는 이해하려 했다.
결혼 전의 나는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로 보였을 테고,
지금의 나는 예민해진 아내, 피곤한 엄마로 보였을 것이다.
어쩌다 그가 아이와 함께 웃는 모습을 보면,
그때만큼은 나도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웠다.
내가 겪은 일이 사실이 맞는지,
잠시 의심이 들 만큼.
그러나 그 의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뭔가가 조금이라도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의 얼굴은 금세 굳어졌다.
작은 실수에도 목소리가 날카롭게 변했고,
그 순간마다 집 안은 긴장으로 가득했다.
그곳에서 나는 숨을 죽이며 하루를 버텼다.
하지만 그들의 반응을 마주할 때마다
내 마음은 더 깊은 곳으로 가라앉았다.
세상은 내 말을 믿지 않았고,
나는 다시 침묵 속으로 돌아갔다.
말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덜 아픈 방법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
입을 다물면 상처는 덜 드러났고,
나는 조금 덜 흔들릴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기대하는 모습에 맞춰
천천히 무너지고 있었다.
겉으로는 평온한 얼굴을 한 채,
속에서는 조용히 부서져 내려갔다.
웃음 뒤에 숨은 균열은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
하루하루가 지나며
나는, 나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