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한 번째 이야기
그날도 남편은 회식이라고 했다.
회식은 회사 일의 연장이라 어쩔 수 없는 거라며,
내가 이해해야 한다는 말을 몇 번이고 덧붙였다.
마치 미리 면죄부를 받아두려는 듯.
자정이 넘어 그가 들어왔다.
아이들 얼굴이라도 보겠다며
조심스레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내 앞에서 그는 아무렇지 않게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휴대폰 너머로 여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집에 잘 들어갔어요?”
안부를 건네는 다정한 말투였다.
그 짧은 한마디에
방 안의 공기가 단숨에 얼어붙었다.
그는 대충 전화를 끊었고, 나는 물었다.
“누구야?”
“회사 사람.”
짧은 대답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감각이 남았다.
회식이 끝난 뒤, 남자 회사 동료에게
그것도 결혼한 사람에게
여직원이 잘 들어갔냐고 전화를 한다는 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그게 지금, 이치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
남편은 웃었다.
가볍게, 아무 일도 아니라는 얼굴로.
“너, 이 정도면 남들이 의부증이라고 하겠다.
말 조심해.”
그 말은 칼로 심장을 찌르는 것 같았다.
의부증이라니.
부부 사이에서
너무 당연해서 묻지 않을 수 없는 질문조차
이제는 하면 안 되는 걸까.
이번에도, 또다시
비정상은 나인 걸까.
정작 그는
나를 집 밖에 나가지도 못하게 하면서.
내가 주말 하루 친구를 만나겠다고 해도
엄마 자격이 없다, 모성애가 부족하다며
내 두 발에 족쇄를 채우면서도
납득할 수 없는 그의 행동에 의문을 제기한 것 만으로, 나에게 '의부증'이라는 낙인을 찍었다.
그는 더 말할 필요 없다는 듯
서둘러 방을 나가버렸다.
그 순간, 허탈한 웃음이 터졌다.
그 웃음 속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정말 잘못된 건 나일까, 아니면 그일까.
이제는 그것조차 명확하게 분별되지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