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네 번째 이야기
엄마는 자신의 바람대로
집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마지막이 가까웠음을 알고 있었던 듯,
엄마는 내게 한 가지 부탁을 남겼다.
화장을 한 뒤,
자신의 재를 아빠 무덤가에 뿌려 달라고.
“땅속에 묻히는 건, 너무 답답할 것 같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엄마를 그렇게 보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 한쪽이 깊게 눌렸다.
잠시 말이 없던 나를 보며,
엄마는 내 마음을 짐작한 듯 덧붙였다.
“가 보면 알게 될 거야. 어디에 뿌려야 할지.”
화장한 엄마를 품에 안고
아빠의 무덤을 찾았을 때,
나는 숨을 죽인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때, 무덤 옆에 서 있던
작은 나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가느다란 가지마다
붉은 열매가 맺혀 있었다.
이름도 모르는 나무였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엄마가 말한 곳이
바로 여기라는 것을.
엄마는 ‘산호’라는 보석을 좋아했다.
붉고 둥근 산호가 박힌 목걸이를
늘 하고 다니며 무척 아꼈다.
그 목걸이를 만지던 순간마다
눈빛이 반짝이던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바람이 불자
열매들이 작게 흔들렸다.
마치 “여기야.”
엄마가 그렇게 말해 주는 것 같았다.
나는 오빠와 동생에게
엄마의 뜻을 전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엄마를 바람에 실어 보냈다.
“엄마, 여기 맞지?
나 잘하고 있는 거지?”
속삭이듯 물었을 때,
어딘가에서 엄마가 듣고 있는 것만 같았다.
손끝에서 부드러운 입자가 흩어질 때마다
이별이 조금씩 또렷해졌다.
그날은 유난히 날씨가 좋았다.
늦여름의 강한 햇살에도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땀을 금세 식혀 주었다.
모든 것이 손에서 사라진 뒤에도
나는 한참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붉은 열매와 흔들리는 잎사귀마다
엄마의 흔적이 스며 있는 것 같았다.
엄마는 이제 이곳에서
자연과 하나가 되어 숨 쉬고 있을 것이다.
마음 깊은 곳에서 여러 감정이 올라왔다.
벌써 그리웠고,
후회가 뒤따랐다.
나는 가만히 입을 열었다.
“엄마, 사랑해. 영원히.”
그 말을 하고 나서야 알았다.
엄마 말이 맞았다.
사랑은,
죽음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엄마는,
내 마음에 그대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