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여섯 번째 이야기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쉬었다.
그리고
되도록 감정을 덜어내고 말했다.
“당신도 알다시피,
나 요즘 거의 잠을 못 자.
먹는 것도….”
돌아가시기 전,
엄마는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그 곁에서 나 혼자 끼니를 챙긴다는 게
왜 그렇게 미안하던지.
집에 와서야 허겁지겁 음식을 밀어 넣고,
결국 체하기를 반복했다.
그럴수록 먹는 양은 점점 줄어들었다.
이러다 나아지겠지 싶었는데,
장례를 치르고 나서도
몸은 좀처럼 음식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루에 밥 한 숟가락 넘기기도 버거웠다.
“그래서 그래. 식구들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서.”
몇 번인가,
그에게 흘리듯 전했던 이야기를 꺼내며
나는 그와 눈을 맞추었다.
시부모님은 건강하셨다.
그는 부모를 잃는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겪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 지금의 나를 온전히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런데
“잠은 갈 때 차에서 자면 되고,
먹는 건 여기 있다고 뭐가 달라져?”
돌아오는 대답에 그만할 말을 잃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처음으로
몸무게의 앞자리가 바뀌었다.
거울 속 나는
내가 봐도 두려울 만큼
시들어가고 있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
“당신 눈에는, 내가 안 보여?”
“뭐라는 거야.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엄마를 잃고 무너져가는 내가,
정말 보이지 않느냐고.
다시 물으려 했다.
그러나 그 말은 끝내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게 보이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나를
이렇게까지 몰아세우지 않았을 테니까.
결국 내 안에서만 맴돌던 말들은
그대로 가라앉았다.
그는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아마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 깨달음이
내 안에서 선명하게 울렸다.
그는 이유를 알고 싶은 게 아니었다.
그저 내가
“알겠어”라고 말해주길 바랄 뿐이었다.
그걸로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
내 슬픔은
이 사람에게 끝내 닿지 않을 거라는 것을.
그러니 나는,
이 시간을
오롯이 혼자 지나야 한다는 것도.
그때였다.
“네가 맏며느리라는 걸 잊지 마.”
그 한마디에,
애써 붙잡고 있던 마음이
툭, 하고 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