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스트 남편과 산다는 건

두 번째 이야기

by 달빛여우


내 말을 기점으로 집 안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남편은 얼굴이 벌게진 채 목소리를 높였고, 결국 분을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나갔다.


문이 쾅 닫히는 순간,

집 안의 공기가 뚝 끊긴 듯했다.


그제야 나도 정신이 들었다.

방금 전까지 내 안에서 요동치던 감정이, 문소리 하나에 얼어붙었다.


후우—

가슴속까지 뜨거워진 감정을 가라앉히려 깊게 숨을 내쉬었다.


순간적으로 쏟아낸 말들이 머릿속을 맴돌았고,

정성껏 차려놓은 저녁상이 괜히 더 아깝게 느껴졌다.


잠시 후,

마당에서 한참을 씩씩거리던 남편이 문을 또다시 쾅 닫으며 들어왔다.


‘그래, 뭐. 큰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잖아.’

서둘러 감정을 정리한 나는, 한결 나아진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화는 조금 가라앉은 듯했지만,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나로 인해 자신의 기분이 상했다는 게 몹시 분한 모양이었다.


“식기 전에 먹자. 당신도 배고플 텐데.”


나는 식탁 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꺼냈다.

방금 전의 소란쯤은 별일 아니라는 듯, 최대한 담담하게.


남편의 눈빛이 서늘하게 식었다.

말은 없었지만, 그 눈빛이 묻고 있었다.


‘나는 이렇게 불쾌한데, 너는 그게 아무 일도 아니라는 거야?’


그래서 뭐. 어쩌라고.

그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꺼내지 않았다.


부모가 언성을 높인 것만으로도 불안했을 아이를 생각하니,

더는 소란을 키우고 싶지 않았다.


잠시 고민하던 남편은 말없이 앉았고, 젓가락을 집으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조용히, 씹고 넘기며 저녁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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