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이야기
그날 밤,
잠자리에 누워 차분히 내 마음을 들여다봤다.
왜 그랬을까.
굳이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 순간엔 분명 감정이 북받쳐 말을 쏟아냈지만,
돌이켜보면 그 감정이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 잘 떠오르지 않았다.
머릿속이 복잡하게 얽혀 좀처럼 잠들 수 없었다.
계속 뒤척이다가, 창밖이 희미하게 밝아올 즈음 조용히 일어났다.
큰아이가 대학 기숙사에 들어간 뒤로,
집 안엔 어딘가 허전한 기운이 감돌았다.
처음엔 그 공백이 낯설고 쓸쓸했지만,
이제는 내가 쓸 수 있는 책상이 생겼다는 사실이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노트북을 켜놓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무언가를 쓰고 싶었지만, 손이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생각은 많은데, 어디서부터 꺼내야 할지 막막했다.
남편이 요즘 예민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그의 말투나 표정보다, 내 안에서 뭔가가 자꾸 들썩이고 있었다.
지금의 일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쌓여온 감정 같았다.
문득, 요즘 오가는 이사 이야기가 예전 기억들을 자꾸 끌어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였을까.
작은 말 한마디에도 마음이 쉽게 흔들리고, 사소한 표정 하나에도 감정이 불쑥 올라왔다.
그 감정들이 아직도 내 안에 남아 있다는 건, 그때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