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음이 낡아가요

오래된 작별

by 김라온

나의 마음이 낡아가요.


묵혀둔 오랜 편지에 갈무리해 둔 단어들은

당신이 열지 않은

당신 마음속 우체통 어딘가에 쌓이고 있겠죠.


줄 수 있는 게 나는 다만

당신의 고단한 하루의 어느 한순간이나

당신의 행복한 하루의 어느 한순간을


나의 단어들로 온마음을 다해 안아줄 수 있고

그로 인해 좋아하는 당신의 아이 같은 얼굴에서

미소가 햇살처럼 번져가는 것을 바라보는 것.


다만 그뿐이었는데.


이제 그마저도 줄 수 없다면

나는 무엇으로 당신에게 남을까요.


나를 먼 훗날 기억한단 말은 거짓말 같아요

사람은 원래 다 잊혀져요.

사람은 원래 다 변해요.

그게 아니란 걸 알면서도

그런 당신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이렇게라도 떼를 쓰며 억지를 부리듯

이전과 같지 않은 우리와

이전과 같지 않은 당신을 원망해야


그래야 당신이 내게 한 번도 진적이 없는

마음의 빚이란 당신의 무게를 덜어 줄 수 있을까요.


뭘 바라고 아껴준 적은 단 한 번도 없는데

어째서 당신은 늘 미안해할까요.


왜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서로 다른 이유로

자꾸 서로 미안해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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