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영화 리뷰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김 씨들의 이야기 <김씨 표류기>

짜파게티로 바라보는 사회에서 배척받은 존재들의 이야기.

by Nos

INTRO


여러분들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힘들고 지친다라는 생각을 해보셨을 겁니다.

학생일 때는 학업에, 직장인일 때는 업무에 짓눌리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겁니다.

학업과 업무뿐만 아니라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적응을 하지 못하면 사회는 냉혹하게 그들을 대합니다. 사회는 약자들에게 친절하지 않고, 어느 정도의 사회성을 갖춰야만이 보상을 주고 받아들여주는 공간이니까요.


평범한 가정에서 평범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그럭저럭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가정환경이나 성격에 어느 정도 결함이 있어서 사회에 적응하기 힘든 사람들은 점점 배척당하며 외톨이가 되어 갑니다.

그렇게 점점 사회에서 밀려나다가, 어느 순간 고립하여 은둔하게 되는 사람들도 세상에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 은둔자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여 표류하며 살아가는 김 씨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바로 <김씨 표류기>입니다.


지금부터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줄거리(스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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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김 씨가 있습니다.

사회에서 어떤 실패를 겪은 그는 신용불량자가 되고 더 이상 살아갈 의지를 잃은 사회불량자가 됩니다.

사회에 다시 복귀할, 아니 인생을 살아갈 어떠한 의지도 없어진 그는 한강에 투신하여 자살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그는 죽지 않고 한강에 있는 무인도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HELP를 외치며 구조를 요청하고 다시 또 자살시도를 하지만, 이내 그는 마음을 고쳐먹고 무인도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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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구조 신호를 HELP → HELLO로 바꾸며, 더 이상 무인도에서 표류하지 않습니다.

무인도에 '정착'한 그는 손수 농사도 하고 낚시도 하면서 자급자족하며 살아갑니다.

생활은 점점 안정되어 가며, 그의 삶도 점점 행복의 모습이 보이는 듯합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방에서 몰래 관찰하며 살아가는 여자 김 씨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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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히키코모리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과거 때문에 더 이상 사회에 나갈 수 없게 된 존재입니다.

세상과 인간에 환멸감을 느낀 그녀는 달을 관찰하는 것이 취미였습니다.

'달'은 '지구'와 달리 인간이 존재하지 않으며, 그녀를 괴롭히지도 않고 그저 은은하게 빛을 내주며 밤하늘을 밝혀주는 존재이니까요.


어쨌든, 달을 관찰하던 그녀는 아파트 앞의 버려진 섬을 우연히 관찰하다가 남자 김 씨를 발견합니다.

그 김 씨의 삶을 지켜보다가, 좀 더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싶어진 그녀는 유리병에 쪽지를 담아 메시지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의 무인도에 유리병을 던지고 남자 김 씨는 그 유리병을 읽고 해변에 글씨를 써서 소통하기 시작한 것이죠.

그렇게, 여자 김 씨는 사람과 소통하는 재미와 즐거움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운명은 그들의 소박한 행복을 그대로 놔두지 않습니다.

홍수라는 재난을 통해 남자 김 씨를 무인도에서 쫓아내 버립니다.


남자 김 씨는 강제적으로 일반 사회에 복귀하게 되고 덩그러니 도심에 던져지게 됩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잃은 그는 마지막 남은 카드를 이용해서 버스에 올라탑니다.

영화에 드러나진 않았으나, 제 생각엔 다시금 '자살시도'를 하러 올라타지 않았을까 싶네요.

희망을 잃어버린 남자 김 씨는 무기력하게 버스에 앉지만 그 버스엔 다른 희망이 승차합니다.


바로, 여자 김 씨가 말이죠.

두 김 씨는 드디어, 글이 아닌 눈을 통해 서로 얼굴을 마주 봅니다.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눈물과 웃음으로 가득해진 그들의 표정은 희망이 다시 피어오르며 영화가 끝납니다.



감상문


영화 속 김 씨들은 일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남자 김 씨는 신용불량자로, 열심히 일을 하며 살아간 듯하나 어떠한 실패를 겪고 경제적인 죽음을 맞이한 듯합니다. 여자 김 씨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여 사회적인 죽음을 당한 사람입니다.


그들은 죽은 존재들이지만, 다시 소생하여 살아가고 싶어 합니다.

남자 김 씨는 무인도에서 표류하더라도 끝까지 정장과 신용카드를 챙기고 있던걸 보면, 무의식 중에라도 복귀에 대한 욕망이 있었던 듯합니다.

여자 김 씨는 싸이월드에서 다른 사람의 사진까지 퍼가며 관심과 애정을 받고 싶어 하는 걸 보면, 역시 평범한 사람들처럼 살아가고 싶어 한 욕망이 내재했음을 알 수 있죠.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 다르게 흘러가기에 그들은 필연적으로 고통과 상처를 받게 되고 사회를 벗어나 은둔하게 됩니다. 남자 김 씨는 무인도에서, 여자 김 씨는 자신의 방에서 은닉하며 본인만의 왕국을 세우고 행복을 느끼게 되죠.


남자 김 씨의 경우, 무인도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을 겁니다. 일반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하여 자살시도까지 한 그가 어떻게 무인도에서 적응할 수 있었고 또 다시 자살 시도를 하지 않았을까요?

대답은 간단합니다.

그에게는 희망이자, 목표가 하나 생겼거든요.

그건 짜파게티를 먹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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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의 흔한 쓰레기들 중 짜파게티를 발견한 그는 아직 스프가 남아있는 걸 깨닫게 됩니다.

매일 버섯과 풀떼기, 생선을 먹고사는 그에게 기억 속에 남아있는 짜파게티의 맛은 삶을 살아갈 원동력이 되어줍니다. 목표이자 희망이 되어주는 것이죠.


하지만, 짜파게티는 스프만 존재하여 먹을 수 없는 미완의 상태입니다.

먹기 위해선 면이 필요한데, 이 면을 만들기 위해서 그는 농사를 지어야 됩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그는 삶을 살아갈 원동력과 활기를 되찾습니다.


여기서, 짜파게티는 단순히 음식이 아니라 그에게 '희망'이며, 삶을 살아가는 목표가 됩니다.

짜장면을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 모습을 본 여자 김 씨는 10만 원까지 써가며 무인도에 짜장면을 배달해 주지만, 남자 김 씨는 거부합니다

희망은 손쉽게 얻어지고 성취되면 안 된다는 것을, 그렇게 얻은 짜장면은 자신이 기대한 맛을 줄 수 없음을 본능적으로 안 것이죠.

오직 자신의 시행착오를 통해서, 모든 과정이 나의 손으로만 이루어진 그 과정을 통해서 얻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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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김 씨는 각고의 노력을 통해 결국 짜파게티를 먹게 됩니다.

너무나 맛있는 짜파게티의 맛에 그는 눈물을 흘립니다.

그렇게 자신의 목표를 달성한 그에게 더 이상의 삶은 의미가 없어졌을까요?

아니죠. 남자 김 씨는 오히려 살아갈 원동력을 얻고 또 다른 짜파게티를 얻기 위해 더 힘찬 발걸음을 옮길 수 있게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운명은 그의 삶을 이대로 흘러가게 놔두지 않습니다.

어느 날 한강에서 홍수가 나서 그의 텃밭과 터전이 다 휩쓸리게 됩니다.

그는 절망하지만 다시금 텃밭과 터전을 가꾸어갈 원동력이 있기에 괜찮은 듯합니다.

진짜 문제는 수재 복구 사업이 진행되면서 군인들이 투입되어 무인도에서 추방을 당한 것입니다.

생태보호구역이라 어쩔 수 없이 쫓아내게 된 것이죠.


이 과정은 남자 김 씨에게 또다시 죽음과 필적하는 고통을 안겨주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이 고통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거든요.

오히려 이런 과정이 없었다면 남자 김 씨는 평생 무인도에서 살아가며 점점 피폐해져 갔을 겁니다.

무인도에서의 짜파게티는 고갈이 났으니 다른 짜파게티를 찾기 위해서는 일반 사회로 복귀해야 했을 겁니다.

그 복귀를 위해 운명이 어쩔 수 없이 과격한 채찍을 휘두른 것이죠.

가혹하지만 어쩔 수 없는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운명은 그에게 당근도 보내줍니다.

바로 여자 김 씨를 그에게 보내 준 것이죠.

컴퓨터 속 세상에서 그저 단편적이고 가식적인 교류만 해 온 여자 김 씨.

그녀는 남자 김 씨를 실제로 마주하고 눈물을 흘리는 그를 구원해 줍니다.

그를 구원해 주면서 여자 김 씨 또한 구원받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존재를 만나 표류를 끝내고 정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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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사람에게 가장 큰 안식처이자 쉴 수 있는 공간은 '나를 온전히 이해해 주고받아줄 수 있는 타인'입니다.

사회에서 가장 배척받는 두 유형의 김 씨들이지만 양 끝에 서있기에 서로의 손이 맞닿을 수 있었던 그들.

영화에서 그들의 정착기를 보여주지 않았지만 안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다시금 사회로 복귀하는 것이 쉽지 않겠으나 서로가 서로를 지탱해 주면서 그들은 <김씨 정착기>를 찍어갔을 겁니다.




저는 계약직으로 근무하며 사회에서 나름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아직은 표류하고 있는 단계인 것 같습니다. 정규직으로 정착하지 못한 저는 '미생'으로써 표류하고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나름대로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은 꿈이 존재하고 소중한 친구와 가족이 있기 때문입니다.

(애인은 없지만요)


영화 속 비유를 이용하자면 저에게는 짜파게티가 많습니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에 있기도 하고 저 멀리 있기도 합니다.

거리와는 상관없이 저에겐 기회가 있고 언젠가 먹을 수 있을 거란 희망이 분명히 존재하기에, 저는 지치지 않고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겠지요.

<김 씨 표류기> 속 주인공들은 그 짜파게티를 얻을 기회조차 아예 박탈당해 버렸기에 등을 돌렸지만요.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등을 돌림으로써 서로가 서로의 짜파게티가 될 수 있었지만요.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흔한 성 김 씨.

그리고 더 흔하게 존재하는 짜파게티.

하지만, 흔하지 않은 표류하는 존재들의 정착기.


여러분의 짜파게티는 무엇인가요?

그 짜파게티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여러분이 지금 삶에서 적응을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면, 자신만의 짜파게티를 잃어버려서 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잠시 쉬어가는 느낌으로 <김씨 표류기>를 한 번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이상으로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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