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탑을 무너뜨리고 청년이 된다.
소년이 청년이 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고통이 있습니다.
'성장통'이라고 불리는 이 고통은 신체적으로 말하는 2차 성징만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신적으로도 분명한 고통을 겪으며, 소년은 청년이 되어 갑니다.
그 고통은, 더 이상 세상은 자신이 주인공이 아니라, 거대한 무대라는 것을 깨닫는 것.
자신이 세계 속에서 초라한 존재일 뿐이란 것.
하지만, 그럼에도 스스로 긍정하며 세상을 살아갈 의지를 얻는 과정을 위한 필연적 고통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는 많은 비유와 상징으로 인해, 어떻게든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저는 주인공 소년 '마히토'의 성장통을 다룬 영화라고 해석하고 싶습니다.
그 해석에 관해 간단하게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소년 마히토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고, 새어머니를 맞이하게 됩니다.
마히토는 자연스레, 새어머니가 사는 대저택으로 옮겨가는데 그곳엔 수상한 탑이 하나 있습니다.
외할아버지가 세웠다고 하는 그 탑은 크고 웅장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수상하면서도 고즈넉합니다.
게다가, 이상한 왜가리가 '말'까지 하며 소년을 유도합니다.
탑의 세계에 들어올 것을요.
마히토는 애써 부정하며 참지만, 어느 날 새어머니가 사라짐으로 인해 그 탑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 탑 속에서, 마히토는 죽은 줄 알았던 어머니도 재회하고, 새어머니도 만나고 외할아버지도 만나면서 새로운 세상을 체험합니다.
목숨을 잃을 뻔한 사건도 겪지만, 그 사건을 이겨내면서 소년 마히토는 성장해 가는 게 주요 스토리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님의 작품을 보다 보면, 굉장히 현실적인 도입부로 시작하다가 비현실적인 세계로 들어가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 비현실의 세계는 비유와 상징으로 가득하며, 어찌 보면 인물의 내면이나 감독님 본인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는 거 같기도 합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는 갑작스럽게 사람 말까지 하는 왜가리가 그 도입부를 나타내는 장치입니다. 사람 말을 하는 동물인가 싶었더니, 알고 보니 안에 그냥 사람이 있습니다.
왜가리는 어떤 중요한 상징이 있는 거 같진 않고, 소년을 탑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역할 그 이상의 것은 아닌 듯합니다. 신비스럽고 의문스럽지만, 결국은 겪어야 하는 2차 성징기의 과정, 그 과정의 안내자 역할을 할 뿐인 것이죠.
어쨌든, 이 왜가리는 소년을 탑의 세계로 끌어들이게 되는데요, 이 탑에 들어가면서 소년의 진정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탑 속에서 겪는 이야기들은 내용의 스포가 될 수 있고, 생각보다 별 거 없어서 생략하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마히토가 탑에서 겪는 일들을 극복하며 청년으로 성장해 나간다는 점입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은 소년의 마음은 어찌나 슬프고 괴로울까요.
가뜩이나 세상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자아의 힘이 적을 소년시기이며, 어머니에게 의존할 나이에 어머니의 부재는 마히토에게 크나큰 고통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고통을 이겨내야만이 마히토는 청년으로 성장하여 세상을 살아갈 굳건한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세상은 냉정하게도, 그 사람의 고통을 알아주기보다는, 고통을 극복하고 성장해 낸 결과를 더 좋아하니까요.
뭐 세상의 냉정함은 차치하고서라도, 소년 마히토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어머니의 죽음은 극복해야 할 문제이기도 합니다.
소년이 탑에서 만나는 주요 조력자들과 외할아버지, 잔혹한 앵무새들은 어디까지나 성장기의 과정에서 겪는 일련의 과정 그 이상의 의미도 아닌 거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소년이 자신의 탑을 무너뜨리고 세상 밖으로 다시 나와 세상을 마주한다는 것입니다.
그 세상을 마주함으로써, 세상 속의 자신의 자아를 다시 재확립하고 세상을 살아갈 굳건한 자아를 얻게 되는 것이죠.
데미안의 유명한 구절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새는 알을 깨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어야 한다.'
이 구절을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로 변환하면 이런 구절이 나올 것 같습니다.
소년은 탑을 무너뜨려야 한다. 탑은 소년의 순수한 세계이다. 청년으로 성장하려는 자는 탑을 무너뜨려야 한다.
세상에 어머니 같은 자애로운 존재는 청소년기를 지나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스스로 자립해야 하는 청년의 고통스러운 세계를 인지하는 것.
고통스럽지만, 꼭 필요하기도 한 이 과정을 겪어야만이, 소년은 청년이 되어 세상 속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관람객들한테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소년 '마히토'의 성장기를 보여줌으로써 '이렇게 살아라'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듯합니다.
괴로움이 가득한 세상이라 하더라도, 탑이 무너질 만큼 세상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더라도 그때서야 진짜 세상이 시작된다는 것을.
끝이라 생각했던 지점은 또 다른 시작이며, 인생은 죽지 않는 한 계속해서 성장하고 투쟁해 나가는 과정임을.
우리는 탑을 쌓으며 어느 한 자리에 정체하기보다, 계속해서 걸어 나가야 하는 존재임을 말이죠.
이상으로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부족한 포스팅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