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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후회되는 것들

청춘을 청춘처럼 보내지 못한 자의 회고록.

by Nos

제 대학 시절의 이야기를 다 끝내고 나니, 여러분들에게 한 가지 더 해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습니다.

아직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을 위해 저 나름의 조언을 하고 싶어 졌달까요?

어른들이 맨날 대학 때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가라고 하는 말처럼 뻔해 보이더라도, 그 뻔한 얘기를 저도 해보려고 합니다.

가볍게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취업 및 학업에 너무 매몰되기보다, 대학 시절을 좀 더 즐길 것.


요즘은 대학이 학문을 배우는 곳이 아닌, 취업을 위한 준비과정이 된 게 현실이긴 합니다.

그럼에도.. 너무 그렇게 취업에만 목숨을 걸지 않았으면 합니다.


취업을 하고 일을 하게 되면, 이제는 더 이상 대학 시절의 여유와 낭만이 생기지 않습니다.

꼰대 같지만, 사회생활은 절대로 만만하지 않습니다.

여유는 주말에 잠깐 생길 뿐이며, 그 주말마저도 평일의 피로를 풀기 위해 쓰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니, 사회에 나가기 전에 대학시절에 생기는 여유를 좀 더 알차게 쓰셨으면 합니다.

그 알차게 쓰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어른들이 말하는 '여행'입니다.

사회에 나가면, 황금연휴가 아닌 이상 절대로 해외에서 길게 여행을 갔다 올 수 있는 기간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신혼여행 정도인 것 같네요.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은 채, 자유롭게 세상을 돌아다닐 수 있는 시기는 대학생 때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시절에 너무 움츠러들어, 세상을 탐험하지 않고 그저 제 방구석을 탐험했던 게 좀 후회가 됩니다.

그 방구석에서 얻은 것은 외로움과 음울함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 뿐이었거든요.


대학생의 방학은 생각 이상으로 소중한 시간입니다.

2달 이상의 시간 동안에 세상을 탐구하거나,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푹 빠져서 해보세요.

그 시간은 절대 헛되이 쓰이는 시간이 아닐 겁니다.


2. 자격증보다는 공모전이나 동아리 활동을 더 많이 할 것


흔히 말하는 스펙 쌓기를 위해, 자격증을 많이 딸려는 대학생분들도 있을 겁니다.

저도 그랬었고요.

저는 4학년동안 기사 자격증 3개를 취득한 덕분에, 막 졸업을 한 취준생들 중에는 스펙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자격증이 많다는 것은 면접관들에게 그냥 한 번 눈여겨보거나 관심 있어할 뿐이었습니다.

서류를 통과할 확률을 좀 더 높여주긴 했지만, 면접에서 더 메리트 있는 것들은 공모전이나 동아리 활동이었네요.(당연히 경력이 최우선이지만, 쌩신입들에 한해서입니다.)


사실, 자격증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준비를 하면서도 딸 수 있습니다.

독하면 일을 하면서도 딸 수 있을 만큼, 응시 조건만 충족한다면 언제든지 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게 자격증입니다.

하지만, 동기나 선후배들과 공모전이나 동아리활동을 할 수 있는 경험은 대학생 때뿐입니다.


대학 졸업 이후에도 할 수 있는 것보다, 대학 때만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같은 또래들과 부대끼며 공모전을 하는 경험이야말로, 대학시절에 얻을 수 있는 귀중한 경험과 자산 중 하나입니다. 자격증을 취득하지 말라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자격증 취득과 공모전 응모 기회 두 가지가 주어졌을 때 우선순위를 공모전에 두셨으면 합니다.


3. 경험과 배움에 돈을 아끼지 말 것(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기)


공부를 잘하셨든 못하셨든, 고등학교까지의 학창 시절을 무사히 마치고 성인이 된 여러분들은 세상에 대한 배움과 경험이 적은 편일 겁니다.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어릴 때부터 명확하게 아는 사람들은 적을 것이고, 지금의 전공도 확고한 뜻을 가지고 진학한 분들도 많지 않을 테죠.


학업과 별개로,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관심이나 흥미가 생기는 분야가 있다면 한 번 파고들어 보세요.

그 분야가 돈이 좀 필요하더라도 아낌없이 투자하세요.

경험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남들이 볼 때 쓸데없는 소비, 돈낭비라고 하더라도 귀 기울여 듣지 마세요.

그 사람들은 여러분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으며, 여러분의 내면을 알지 못합니다.


내가 좋아서 하고 싶어 하는 경험을 위해 투자하는 거라면 아낌없이 투자하시기 바랍니다.

그 투자는 여러분의 인생을 윤택하게 해 줄 것이며,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기쁨과 가치를 여러분에게 줄 테니 부디 아낌없이 투자하시길 바랍니다.


4. 좋아하는 활동들을 마음껏 해 볼 것.


살면서 꿈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시죠?

학창 시절부터 꿈을 키워라, 꿈을 가져라, 인생에는 꿈이 있어야 한다 등등..

매일같이 들어본 이런 이야기는 솔직히 감흥이 없을 겁니다.


왜 감흥이 없을까요?

당연히, 꿈이 없어서 마음에 와닿지 않는 겁니다.


그렇다면, 꿈은 어떻게 해서 생겨나는 걸까요?

제 경험으로 말씀드린다면, 꿈은 내가 관심 있고 좋아하는 활동을 마음껏 해보셔야 생겨납니다.


내가 좋아하는 걸 한 번 질릴 때까지 해보거나 실패할 때까지 해보세요.

그렇게 했는데도, 계속해서 더 하고 싶어지는 것들.

이상하게 내 삶에서 은은하게 남아서 미련을 남기고,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

목표가 이뤄질 때까지, 내 마음에 남아 나를 즐겁게 괴롭히는 것.

그게 바로 여러분의 꿈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작가, 예술가들도 수많은 습작 끝에 자신의 작품을 내는 것처럼,

꿈도 꿈이 되기 전까진 수많은 편린을 남깁니다.

꿈은, 좋아하는 활동들을 마음껏 해보고 여러 사회적 경험이 합쳐졌을 때야만이 비로소 그 모습을 조금씩 드러냅니다.


너무 추상적으로 말씀드린 거 같아, 저의 경험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의 몇몇 글들을 유심히 보셨으면 알겠지만, 제 꿈은 작년 말부터 명확하게 생겨났습니다.

'작가'라는 꿈을 말이죠.


사실, 이 '작가'라는 꿈은 제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있긴 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독서를 워낙 좋아했다 보니, 작가라는 꿈은 자연스럽게 생겨났거든요.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 학업에 치이다 보니 이 꿈은 잠들어있었습니다.

그러나, 말 그대로 잠들어 있기만 했을 뿐 없어지진 않았습니다.


대학시절에도 작가가 되겠다고 했었고, 3년 전쯤에도 어렴풋이 작가를 하겠다고 마음속에 있긴 했거든요.

그러다, 글쓰기를 몇 번 해보면서 제 꿈은 명확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블로그를 해보고, 다시 블로그를 초기화하고.

웹소설도 써봤다가, 다시 포기하기도 했지만 이상하게 계속 제 마음에 남아 저를 괴롭혔습니다.


어떻게든 떼어 내려고 해도 떼어지지 않는 이 끈덕진 게 바로 저의 꿈이었습니다.

'작가'로써 책 한 편을 내거나, 제가 만족할 만큼 글을 쓰지 않는다면 없어지지 않는 마음.

이 마음이 바로 저의 꿈이 되었고, 지금의 저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아직 꿈을 이루지도 못했고, 도입부 단계라 오히려 저를 괴롭게 하고 있지만.. 그래도 저는 꿈이 없을 때보다 있을 때가 훨씬 더 행복합니다.

덧없는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해 주니까요.


4.1 꿈을 못 찾아도 조급해하지 말 것.


그렇다고, 꿈을 못 찾았어도 너무 조급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꼭 대학시절에 무조건 찾아야지! 이렇게 해서 갑자기 생겨나는 게 아닙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도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제 꿈이 피어난 겁니다.

어떤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명확한 꿈을 갖고 삶을 살아가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너무 빨리 꿈을 찾으려고 하지 마세요.

꿈은 시간을 필요로 하거든요.

하지만, 그 시간을 조금 더 잘 써야 꿈이 무럭무럭 자랄 겁니다.

그 시간 동안은 조금 더 '능동적'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그저 생각만 하거나, 수동적인 행위를 해서는 꿈이 크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작가'를 꿈꾸는 저는 독서만 해서는 그 꿈이 명확해지지 않겠죠.

읽기가 아니라 글쓰기를 해서 습작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좋아하는 활동들을 질리도록 해보거나 생소한 분야에 도전하며 시간을 보낸다면, 어느샌가 내 꿈은 나의 뒤에 나타나서 내 삶을 지켜봐 줄 겁니다.


5. 대인관계에 투자해 볼 것


인터넷의 글들을 보다 보면, 이런 말들이 있습니다.

'대인관계 다 부질없다. 결국 가족이 최고더라.'

'친구도 결국은 다 떠나간다.'

'결혼하면 배우자, 자녀가 최고다. 친구들도 거의 안 만난다.'

이런 식의 말들로, 친구를 사귄 것에 약간 후회하는 듯한 말까지 보입니다.


저 말들이 틀린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저 말은 정답과 오답이 명확하게 나뉘는 말입니다.


우선, 20대의 청춘을 보내고 있는 분들에게 저 말은 명확하게 오답입니다.

위의 말들은 모두 잘 생각해 보시면, 대인관계를 원 없이 투자해 본 30대 이상의 어른들이 해보는 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어른들이 하는 말이 설령 사실이라 할지 언정, 투자를 해봤기에 사실이 된 겁니다.

아직, 대인관계에 투자해보지 않은 20대에게는 저 말이 오답입니다.


인생의 모든 진리는 스스로 부딪치면서 깨닫는 거란 걸 명심하세요.

저런 어른들의 말 한마디로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인생에 정답은 없습니다.

그 정답은 본인 스스로만이 찾아갈 수 있는 것이며, 절대로 다른 사람들의 말로 찾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다른 이들의 말은 전부 '참고서'일뿐이며, '정답 및 해설서'는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것.

그래도, 감히 제가 '참고서'로써 대인관계에 대해 한 마디만 덧붙이겠습니다.


열심히 친구들을 사귀고 놀았던 여러분들이, 설령 나중에 인연을 끊거나 자연스럽게 연락을 다 끊게 되더라도 그 시절의 즐거움과 추억은 분명 헛된 시간들이 아닙니다.

시간을 어떻게 쓰든 결국은 후회하기 마련이라 하더라도, 대인관계만큼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게 없고 나중에 사회생활을 할 때 중요한 것도 없습니다.

20대에 할 수 있다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공부가 대인관계입니다.


본인의 성향이 그렇게 내향적이고 소심적이지 않다면,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어울려보세요.

결국, 사람 사는 세상에서 사람과 원활한 대인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이 대인관계능력은 어딜 가나 여러분이 삶을 살아가는 데에 큰 보탬이 되어줄 것입니다.


대인관계 부질없다는 말을 믿지 마세요.

그 부질없음은 대인관계를 경험한 사람만이 해줄 수 있는 말입니다.

여러분도 향후에 그 부질없음을 느끼게 될지 언정, 안 해보고 부질없다고 하는 것은 기만이며 공허함입니다.


그 부질없음을 느끼기 위해, 부질 있는 시기에 투자해 보세요.

어차피, 시간은 어떻게 쓰든 부질없게 느껴지기 마련이라면 그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경험과 감정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해 보시길 바랍니다.




청춘은 가장 체력적으로 왕성하고, 마음이 찌들지 않아 어떤 걸 하든 새롭고 호기심이 발생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사소한 거 하나로도 상처를 받거나 예민하게 반응하는 감수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죠.

사회생활을 하며 점점 나이가 들면, 그런 감수성들도 점점 무뎌지는 어른이 되어갑니다.

웬만큼 큰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마음에 크게 감흥이 없고 희로애락이 점점 사그라드는 재미없는 어른이 되어가는 게 현실이죠.


이렇게 될 줄도 모르고, 20대의 대학시절을 너무나도 재미없게 보냈던 제가 후회스러워 에필로그로 잔소리 좀 남겨보았습니다.

현재의 저는, 나름대로 재밌게 사회생활을 하고 여러 친구들을 사귀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꿈도 생겨나서 주말마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 나름대로의 충실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기도 하고요.

다만, 이런 시간을 조금 더 일찍 가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지금까지 쓴 <부끄러운 내 청춘 시절> 에세이는 저를 되돌아보고, 제 한심했던 과거를 마주 보고자 쓴 회고록이었습니다. 이 회고록을 쓰면서, 저는 제 과거를 용서할 수 있게 된 거 같습니다.

한심하고 부끄러운 지난날이더라도, 그 시절의 내가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한 걸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나를 마주 보니, 다시 되돌아가더라도 똑같이 행동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저는 이 회고록을 쓰며 과거의 저를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현재 30살인 저는 이제 그만 20대를 되돌아보지 않으렵니다.

사회에서 생각하는 청춘은 20대이지만, 저는 지금도 또 다른 청춘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앞자리 숫자가 2에서 3으로 바뀌었을 뿐인 청춘.

아니, 오히려 실패를 통해 더 많은 걸 배우고 성숙해진 제가, 제2의 청춘을 구가하는 시절이라 생각하렵니다.


청춘(靑春)은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이라는 뜻이라, 흔히들 계절로 비유하면 봄으로 비유하곤 합니다.

하지만, 청춘은 꼭 봄이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새싹이 돋아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와 아픔, 실패가 존재하겠습니까.

어쩌면, 진정한 청춘은 새싹이 다 돋아나서 쑥쑥 성장하는 시절.

푸르름을 마음껏 흩날리는 시절이 진정한 청춘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의 20대는 비록 실패했고 한심하고 부끄러웠지만, 그렇기에 많은 걸 배웠습니다.

운이 좋게도 저의 꿈을 찾기도 했고요.

힘들었지만, 저는 분명 굳건한 땅을 뚫어내고 새싹을 피워내는 데에 성공한 것 같습니다.

이제는 쑥쑥 자라나서 제 푸르름을 뿜어내는 시기가 온 거 같습니다.

이 푸르름의 첫 시작점에 선 30살의 저는, 더 이상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려고 합니다.


벚꽃은 이미 저버렸지만, 푸른 나뭇잎이 다시 피어나는 이 시기.

제 벚꽃 잎은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한 채 다 떨어졌지만, 아직 저에게는 푸른 나뭇잎을 보여 줄 기회가 남았네요.

누구보다 아름다운 푸른 나뭇잎을 피어낸다면, 그건 또 그것 나름대로 아름답지 않을까 싶네요.

저에게 남아있는 또 다른 청춘을 위해, 저는 이제 앞날만 보며 걸어가려 합니다.


아직 찬란한 벚꽃 잎을 흩날리는 청춘을 응원하며, <부끄러운 내 청춘시절> 에세이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 Real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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