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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타인을 이해하는 도구가 된다.

장염을 겪고 느낀 생각들

by Nos

[반성 + 조금은 싱거운 에세이]


요즘 여름철 장염이 유행 중이라고 합니다.

저도 얼마 전에 갑자기 온몸에 열이 나서 병원에 방문했다가, 의사 선생님이 내일 증상이 설사나 구토로 바뀌면 장염으로 의심된다 하니 다시 오라고 하더군요.

신통방통하게도, 정말 하루가 지나니 설사, 오한 등이 발생하여 병원에 방문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에게 약을 다시 처방받고, 직장에도 양해를 구하고 시차를 써서 급하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할 일이 좀 남아있어서 직장에 남아 있으려 했지만, 점점 몸이 심상치가 않아서 어쩔 수가 없었네요.


집으로 돌아오마 자자 본격적인 아픔이 시작되었습니다.

원래 직장을 나오면 몸이 신기한 듯이 나아지는 게 정상이라고 하던데, 저는 억울하게도 훨씬 더 아팠습니다.

역시 진짜로 아프면 집에 왔을 때 본격적으로 아픈가 봅니다.


회사에서의 긴장감이 다 풀렸는지 침대에 눕자마자 온몸에 열이 올라왔습니다.

목이 타듯이 말라서 물을 마셔도 물을 다 방출해 버리니 소용이 없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탈수 증세를 조심하라고 하셨는데 이게 그 뜻이었구나 싶더군요.

아무리 많이 마셔도 목에 갈증은 여전했습니다.


결국 적당히 마신 뒤 그냥 잠을 청하면 되겠지 싶었습니다.

보통 때처럼 잠을 자고 나면 어느 정도 나아진 몸으로 상쾌한 연휴를 보낼 거라 기대하면서요.

이 기대는 보통의 몸살감기에만 통하는 기대였습니다.

장염은 확실히 좀 다르더군요.

30분 간격으로 계속해서 저를 깨워 화장실에 가게 만들었기에 잠도 못 자게 만들었습니다.

정말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저녁 6시부터 새벽 5시까지 계속해서 시작된 이 고통은 아침 7시가 돼서야 조금은 진정이 되었습니다.

그때서야 비로소 잠을 좀 깊게 잘 수 있었고, 정오쯤이 돼서야 일어났지만 두통이 심해서 꼬박 하루를 날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본격적인 컨디션을 회복한 날은 연휴의 둘째 날인 지금, 토요일이었네요.

아직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아프게 누워있는 동안 별의별 생각을 다 했습니다.

지금은 다 기억이 안 나지만 한 가지 반성을 하게 되었다는 것만 기억에 남아 글을 적게 되었네요.


바로, 그동안 몸이 아팠던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부족했던 점을요.

제가 몸이 원래 잘 안 아프기도 하고 아파도 소위 말하는 약빨(?)을 잘 받아서 금방금방 낫고 체력도 좋은 편이라 아픔에 대한 공감이 좀 부족했거든요.


특히, 장염은 이번에 걸려본 게 처음이라서 이렇게 아픈 줄은 몰랐습니다.

코로나나 일반적인 몸살도 다 걸려봤지만 저는 이번 장염이 훨씬 더 고통스러웠네요.


이렇게 아프고 나니, 다른 사람들이 아파서 겪은 불편함에 대해 제가 귀찮아했던 점이 부끄럽습니다.

저 또한 이번 아픔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끼쳤을 텐데, 다들 이런 아픔 때문이었겠구나 싶었거든요.


앞으로는 누군가 단순히 감기로 아프다고 했을 때에도, 좀 더 공감을 하며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인가구의 서러움도 느꼈기에 조금 더 배려해 줄 수 있을 것 같네요.



나름대로 건장한 체격과 건강으로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해도 끄떡없던 30대의 남자인 저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자만심과 오만함이 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자만심은 부족한 공감과 이해, 배려심을 가지게 하였습니다.

다행히, 이번 아픔으로 인해 어느 정도 자만심도 무너지고 좀 더 겸손해지게 되었지만요.


아프고 나서 반성하게 되는 이런 마음은 솔직히 좀 비겁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속담이 딱 맞는 상황이죠.

하지만, 지금 화장실을 갓 나온 제가 갈 때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기 위해서 이렇게 반성의 마음을 담아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여름철 장염 다들 조심하시기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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