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가슴속에 황금의 시간을 품고 살아간다.
INTRO
'시간은 소중하다. 그러니 아껴 써야 한다.'
우리는 위와 같은 메시지들을 인생을 살면서 얼마나 많이 듣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효율과 스피드를 따지면서 답답함을 참지 못하죠.
당장 신호등이 곧 바뀌는 데에도 뛰어서 기어코 빨간 불에도 건너 다니는 사람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지지만요.
어쨌든, 이렇게 다들 시간이 소중한 것을 알고 아끼려는 이유는 뭘까요?
간단합니다. 한 번 흘러간 시간은 강물처럼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요.
우리는 그렇기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있는 힘껏 세상의 모든 것들을 느끼며 살려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소중한 시간을 훔치는 도둑이 있다면 얼마나 괘씸할까요?
소설 <모모>는 이 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이를 저지하는 모모의 동화 같은 이야기입니다.
줄거리
어느 날 도시 외각의 폐허에 나타난 소녀 모모.
모모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하나 있어서 누구나 좋아하는 소녀입니다.
바로, 경청능력입니다. 진심으로 누군가의 말을 들어줄 수 있는 모모의 능력은 어찌나 뛰어난지, 모모를 사이에 두고 거의 절교까지 갔던 친구가 다시 어깨동무를 하며 돌아갈 정도입니다.
모모는 당연히 가난했지만, 따뜻한 마을 사람들이 잘 챙겨준 덕분에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색 신사'라는 사람들이 나타나서 사람들에게 "시간을 저축해야 합니다."라고 설득하기 시작합니다.
시간은 소중한 것이기에, 아껴 써야 한다는 강박을 사람들에게 선사한 회색신사 때문에 이때부터 사람들의 삶은 피폐해지기 시작합니다. 누군가를 돕기 위해 쓰는 시간, 잠깐의 여유를 만끽하는 시간 또한 아끼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회색신사들은 바로 이렇게 아낀 시간들을 훔쳐서 자신들의 생명을 유지하는 악당들이었습니다. 모모는 이를 눈치채고, 아이들과 함께 이들을 무찌르기 위한 여정을 떠나게 되는 게 주요 줄거리입니다.
책 속의 문장들
모모는 어리석은 사람이 갑자기 아주 사려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끔 귀 기울여 들을 줄 알았다.
모모의 경청능력을 보여주는 문장입니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그가 똑똑함을 드러낼 수 있을까요? 반대로 아무리 어리석다 한 들, 누군가가 그의 말을 진심으로 들어준다면 그는 갑자기 똑똑해질지도 모릅니다.
"얘, 모모야. 때론 우리 앞에 아주 긴 도로가 있어. 너무 길어. 도저히 해낼 수 없을 것 같아. 이런 생각이 들지."
"그러면 서두르게 되지. 그리고 점점 더 빨리 서두르는 거야. 허리를 펴고 앞을 보면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것 같지. 그러면 더욱 긴장되고 불안한 거야. 나중에는 숨이 탁탁 막혀서 더 이상 비질을 할 수가 없어. 앞에는 여전히 길이 아득하고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거야."
"한꺼번에 도로 전체를 생각해서는 안 돼, 알겠니? 다음에 딛게 될 걸음, 다음에 쉬게 될 호흡, 다음에 하게 될 비질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계속해서 바로 다음 일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 라는 속담과 일맥상통하는 말이죠.
그 어떤 위대한 일도, 한 걸음부터 시작하는 것인데 머릿속으로 너무 앞날을 생각하면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는 마음. 완벽주의자들이 으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입니다.
커다란 목표를 세분화하고, 그 세분화된 계획 하나하나에만 집중해서 일을 마치다 보면 어느새 천릿길도 다 걸어있을 테죠.
아이들에게는 그 어떤 사람보다도 시간을 아끼게 하기가 힘이 들어요.
아이는 과거와 미래를 걱정하기보다, 그 순간을 만끽하는 존재이기에 그렇습니다.
시간을 아끼기보다, 그 시간 자체를 충만하게 지내는 존재니까요.
시간은 진짜 주인의 시간일 때만 살아 있지
내가 나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쓸 때만, 그 시간은 생동감 있고 살아있는 시간이 됩니다.
남을 위해 쓰는 시간이 되어 버리면 그 시간은 죽은 시간이죠.
그러니까 현재는 미래가 과거로 변해야만 있을 수 있다는 말이군요!
시간은 언제나 흐르고 있기에, 우리가 인지할 수 있는 건 과거와 미래뿐입니다.
현재는 미래가 과거로 흘러가는 그 순간의 찰나에 잠깐 번쩍이면서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기기는 물에 빠진 사람이 나무토막에 매달리는 심정으로 결사적으로 매달렸다. 이제 그는 부와 명성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가 항상 꿈꾸던 것이 아닌가?
하지만 밤이 되어 비단 이불을 덮고 침대에 누워 있을 때면 그는 곧잘 모모와 베포 할아버지와 아이들과 지냈던 옛날의 생활, 진짜 이야기를 할 줄 알았던 그 시절을 가슴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것이었다.
진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즐거워해주던 모모와 베포 없이, 그저 청중들에게 익살꾼이 되어버린 기기의 마음이 공허한 것은 당연합니다. 그는 자신의 말솜씨로 부와 명예를 얻게 되었지만, 청중들은 그의 내면의 목소리까지 들어주지는 않으니까요.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건 꿈이 이루어지는 거야. 적어도 나처럼 되면 그렇지. 나는 더 이상 꿈꿀 게 없거든. 아마 너희들한테서도 다시는 꿈꾸는 걸 배울 수 없을 거야. 난 이 세상 모든 것에 신물이 났어.
기기가 꿈의 역설에 대해 절망하며 느끼는 문장입니다.
꿈은 참 잔인하게도,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꿈꾸는 자를 그렇게 가혹하게 매질하고 정작 꿈을 이루고 나면 홀연히 사라져 버립니다. 처음에는 꿈을 이루고 난 뒤 행복하고 즐겁지만, 점점 다시 무료해지면서 삶이 공허해지기 시작하죠.
그토록 원하던 꿈을 이루고 나면, 이제 그 사람은 무엇을 꿈꾸며 살아가야 할까요?
또다시 다른 꿈을 꿀 수 있을까요?
기기는 원하던 꿈을 이룬 뒤, 더 이상 꿈을 꿀 수 없게 되자 절망하며 내뱉은 대사입니다.
사람은 꿈을 이루더라도, 또 다른 꿈을 꾸거나 더 높은 목표를 세울 수밖에 없는 시지프스와 같은 형벌을 받은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삶이 계속되는 한, 끊임없이 바위를 굴릴 수밖에 없는 존재.
그래서,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까지의 과정을 즐기라고 말하나 봅니다.
그 과정 자체도 나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어야 도달하고 나서도, 도달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테니까요.
어쩌면, 기기는 부와 명예를 얻는 것을 최종 목적지로 삼았기에 이런 공허함에 빠진 걸지도 모릅니다.
그가 좋아하는 행위 자체를 목적으로 삼고, 부와 명예는 그 과정에서 따라오는 보상으로 가볍게 여겼다면 그는 조금 더 삶을 긍정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시간의 꽃을 기억하고 있겠지? 그때 내가 말했잖니.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을 갖고 있기에 그런 황금빛 시간의 사원을 하나씩 갖고 있다고 말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 사원에 회색 신사들을 들이게 되면, 회색 신사들은 시간의 꽃을 야금야금 빼앗을 수 있게 된단다
시간의 꽃이라는 비유는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겠지만, 저는 '인생의 가장 소중한 시간'이라고 먼저 해석하고 싶네요. 이 소중한 시간은 사람마다 각자 다를 겁니다.
꿈이 있는 사람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쓸 수 있는 가장 집중적인 시간을 뜻할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사랑하는 이와의 마지막 시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청춘의 아름다운 시간 등을 뜻할 겁니다.
그야말로 황금으로 빛나는,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 영원히 추억을 남기는 불멸의 시간이죠.
우리는 그 소중한 시간을 조바심 내며 아껴 쓰려 할까요? 아니면 순간순간을 만끽하며 충만하게 보내려 할까요? 당연히 후자겠죠.
그러나, 그 시간마저 조바심 내며 아껴 쓰려 하는 것은 아껴 쓴 시간을 훔쳐가는 회색신사들을 불러일으키는 행위입니다.
시간은 어차피 흘러갈 수밖에 없으니, 이 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임을 자각한다면 조바심을 내서는 안 되겠습니다. 그 한순간순간을 절대로 잊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가슴에 남기는 것이야말로 황금의 사원을 더 아름답게 꾸미는 행위일 겁니다.
END
이 소설이 우리나라에서는 초등학생들을 위한 권장도서로 소개된 걸로 아는데, 읽어보니 이건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맞는 것 같습니다. 시간에 대한 비유와 상징적인 표현들은 아무래도 아이들이 이해하기엔 다소 어려운 감이 있고, 기기의 꿈에 대한 절망은 어른이 돼서야 가슴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시간, 꿈은 모두 삶에서 떼어낼 수 없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삶은 유한한 시간만을 우리에게 선사하기에, 우리는 그 시간을 잘 써서 의미 있는 삶을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아껴쓸려다가는 회색 신사들의 꾐에 속아, 소중한 시간들마저 전부 헌납해버리고 말 테니 우리는 지혜롭게 시간을 사용해야겠습니다.
모모가 이 소설에서 회색신사를 무찌르는 여정의 주인공이 된 이유는, 어쩌면 상대방의 말뿐만 아니라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까지 경청하는 능력을 가져서가 아닌가 싶네요.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는 단단한 존재야말로, 시간의 흐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이 뜻하는 바를 용감하게 걸어갈 테니 말입니다.
1. 시간 도둑인 회색 신사들
2. 꿈을 이뤘지만 허무함에 절망해 버린 기기
3. 경청하는 능력을 가진 모모
이들의 이야기가 마치 동화처럼 펼쳐져, 시간의 소중함을 들려주는 소설.
<모모> 리뷰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