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을 해소하기 위한 도구였을 뿐이었다.
이번 편에서는, 제가 기사 자격증 5개를 취득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아무리 많이 따도 3개만 따면 되는데, 왜 굳이 5개를 취득하게 되었는지? 취득하면서 저도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등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마,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저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실 분들이 있을 거 같은데, 저 또한 그런 감정을 느끼면서 걸어갔으니 아무쪼록 용기를 얻길 바라는 마음에 쓰는 글입니다.
저는 사실, 편입을 했었습니다. 편입한 이유는 솔직하게 학벌 세탁 때문이었고, 열등감 때문이었습니다. 성공하고 나서는 기분이 좋았는데, 막상 대학에 오고 나서 학우들의 수준을 보면서 또 다른 열등감에 빠졌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중간 이상을 넘어설 수가 없더군요.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대충대충 공부한 친구보다 더 못하는 저 자신을 보면서 많은 열등감과 자격지심이 생겨났습니다. 학과공부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겠다 생각한 저에게, 자격증은 하나의 돌파구였습니다.
네. 저는 그냥 자격증으로 제 열등감과 삐뚤어진 자존심을 회복하고자 한 사람이었습니다.
3학년 2학기 기말고사를 끝나고, 4학년으로 올라가는 겨울방학 날. 1회 차부터 수질환경기사를 응시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다른 애들보다 공부는 못해도, 자격증만큼은 누구보다 열심히 해서 잘 취득하자는 마음가짐이었죠.
기출문제집을 사서, 호기롭게 책도 펼쳤지만.. 이게 웬걸? 저는 12월 중순부터 2월 중순까지 게임만 하며 미친 듯이 놀았습니다. 1달 이상 계획을 잡아서 천천히 공부하려던 저는, 느닷없이 2주만 남은 시간 속에서 필기 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2주밖에 안 남았다 보니, 저는 이론을 볼 시간도 없이 그냥 무작정 기출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무식하게 하루에 6시간 이상씩 공부를 했습니다. 이전에 컴활 1급이랑 한국사 1급도 취득을 했었기에, 자격증 공부는 기출 반복이 핵심이라 믿고 기사 자격증도 똑같이 공부했습니다.
하루하루 피 말리는 듯했지만, 그렇게 매일매일 벼락치기 하듯이 공부를 하고 나니 70점 이상으로 필기시험을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그 뒤, 4월 말에 기사 실기시험이 잡혔습니다.
중간고사가 다 끝나는 주말에 시험을 치르게 되었는데, 하필 그때 20학점을 들으면서 열심히 수업을 듣던 때라 실기 시험을 많이 공부하지 못했습니다. 10년 치 3 회독을 간신히 마치고, 총복습은 못한 채 무작정 시험을 치게 되었죠.
그런데, 제가 기출에서 봤던 것과 다르게 시험이 너무 어려운 겁니다. 눈물이 날 정도로 말이죠.
정말 농담이 아니라,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제가 봐도, 아예 풀 수 없는 문제들 배점만 합쳐도 25점이 넘더군요. 퇴실 가능한 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정말 우르르 쏟아져 나갔습니다.
어차피 못 풀고 불합격인 거, 그냥 나가버린 거죠. 저도 솔직히 그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열등감이 끝내 저를 자리에 앉히더군요. 어떻게든 합격하고 싶어서, 모르겠어도 최선을 다해서 떠올리려 노력하고 무슨 말이라도 하나씩 억지로 적어냈습니다.
부분점수 1점이라도 받길 원하면서요. 시험 시간이 3시간인데, 저는 2시간 30분 넘어서까지 앉아서 계속 답안을 수정하고 뭐라도 적으려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60점으로 턱걸이로 합격했습니다. 그때, 실기 합격률이 12%였습니다.
기분이 너무나 좋았고, 합격률이 12%로 어려운 시험 속에서도 저는 합격했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2회 차에는 대기환경기사 시험을 치르게 됩니다.
확실히, 수질환경기사를 공부하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어서 그런지, 대기는 준비가 수월했습니다. 실기 시험도 방학 때 잡혀 있어서 공부도 할만했고요. 이때부터 이미 확실하게 공부방법을 깨우쳤습니다. 기출만 반복하면 합격한다는 사실을 말이죠.
특별히 어려울 것 없이, 무난하게 공부하여 무난하게 합격했던 시험이었습니다.
실기 시험이 계산문제가 어려워서 난이도가 조금 있었는데(합격률이 26%), 그래도 대학을 다니면서 어려운 계산문제를 풀고 과제를 할 때라 그런지, 어찌어찌 잘 풀어서 점수를 잘 받았습니다.
실기시험 때 계산문제는, 단순한 암기가 아니라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응용문제도 풀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수질과 대기환경기사를 한 번에 합격한 저는 오만해졌습니다. 가장 어려운 수질과 대기환경기사를 합격하고 나니, 나머지 시험은 솔직히 쉬워 보였거든요. 온실가스관리기사는 계산문제는 수질/대기에 비하면 너무 쉬웠습니다. 기후 쪽은 전공 수업 때도 공부한 내용이었고, 한글로 되어 있어서 만만하게 봤습니다.
실제로, 필기는 쉬웠습니다. 공부하는데 딱히 힘든 것도 없었습니다. 문제는 실기였습니다.
계산문제가 적고, 이론문제가 많다는 게 이렇게 힘든 줄은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수질, 대기는 계산문제도 좀 있어서 이런 느낌이 없었는데.. 온실가스관리기 사는 이론을 외우는 게 너무 힘들더군요. 이때에 손으로 쓰며 공부하는 것에 한계를 느껴 노트북으로 타이핑도 치고 입으로 중얼중얼거리기까지 했습니다.
이 시험을 준비하면서 기억에 남는 날이 있습니다. 실기 시험 하루 전 날, 너무 공부는 하기 싫은데 아직 암기가 완벽하지 않았던 날이었습니다. 저녁에 남은 공부를 마저 해야 하는데, 집에서 공부가 안 되는 겁니다. 분철된 책을 하나 챙기고, 무작정 산책로로 나갔습니다.
저녁 7시부터 밤 12시까지. 계속해서 걸으면서 책을 들고 공부했습니다. 가로등이 없어 어두운 곳에서는 핸드폰 라이트로 비춰가면서 공부를 했죠. 그렇게 힘들게 공부하다가, 뭔가 러너스하이처럼 갑자기 가슴 깊은 곳에서 이상한 환희가 차오르더군요?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내일 시험에 떨어져도 괜찮겠다. 난 최선을 다했으니까.'
실기 시험에 불합격한다면, 이는 제가 기출 공부가 부족한 게 아니라 시험이 어려울 뿐이라는 것. 그걸 자신할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다는 걸 깨달으며 편하게 시험에 임했습니다.
시험 난이도는 무난했어서, 70점 이상을 받으며 실기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4학년 때 3개의 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바로 공공기관 계약직 취업전선에 뛰어든 저는 절망했습니다. 한국환경공단은 기사 자격증 3개 정도는 기본으로 깔더군요. 그래서, 몇몇 분들은 이미 기사자격증 3개를 취득했었습니다. 저는 이미 충분히 취득해 두었지만, 저에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제 기사자격증은 저의 열등감을 눌러주기 위한 것이었는데, 3개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격증을 더 취득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일하면서 공부는 해본 적이 없지만, 제 열등감을 누르기 위해서 저는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수질/대기/온실가스를 공부하면서 공부방법도 터득했고, 토양은 난이도가 쉬운 시험이었기에 쉽게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일하면서 공부까지 할 정도의 성실함과 열등감을 억누르기 위한 동기부여가 충분했었으니까요.
4개를 취득한 저는, 이제 조금은 열등감이 억눌러졌습니다. 3개는 좀 흔해도, 4개는 이제 흔하지 않거든요.
이 정도면 만족할 수 있었고, 저의 열등감은 좀 눌러진 것 같았습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제가 공공기관 계약직 업무를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퇴사를 한 채, 다른 기간제근로를 하게 되었거든요. 백수생활도 두 달 했었습니다. 남들은 다 잘하는 업무를 견디지 못한 채 퇴사하고 방황하는 저 자신.
네, 또 열등감이 생겼습니다. 이 열등감은 기사 자격증 취득으로 해소되는 게 아닌데, 그때의 저는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다른 데 당장 취업할 정신은 없었던 저는, 어학과 기사 자격증 하나를 더 취득하는 것으로 해소하고자 했습니다.
폐기물처리기사 역시, 제가 취득했던 자격증들에 비하면 난이도가 쉬운 편이었기에 어렵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가 공부를 이제 어느 정도 할 줄 알다 보니 대충 공부해서.. 필기를 60점으로 턱걸이로 합격했었습니다. 처음에 채점을 잘못해서 59점이라 불합인 줄 알았는데, 다시 채점하니 60점이어서 합격한 게 참 심장 떨렸네요.(저는 CBT가 없던 시절에 취득을 했기 때문에.. 집에 와서 채점을 했었습니다.)
저의 이야기를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저는 기사자격증 5개를 취득하는 데에 있어 특별히 대단한 동기부여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취업시장에서 쓸모가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따긴 했지만, 따면서도 은연중에 알고 있었습니다. 기사 자격증은 실무경력과 거리가 멀고 필수 자격요건만 갖추게 되면 솔직히 크게 매력 있는 건 아니라는 걸요.(물론,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지만요.)
제가 기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에 있어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된 것은 저의 '열등감'이었습니다. 남들보다 못났다 생각했기에 더 잘나고 싶은 마음에 취득하게 된 기사자격증. 이제는 압니다. 기사자격증이 남들보다 많다고 해서, 제가 더 잘나거나 멋진 것도 아니라는 것을. 그냥, 남들이 크게 의미 부여하지 않고 따는 자격증에 저는 너무나도 의미부여를 한 것을. 저에게는 제 자존감의 도구였기 때문이거든요.
솔직히, 기사 자격증을 따는 게 크게 대단한 일도 아니고 다른 공대에 비해 난이도가 그렇게 높은 것도 아니라 굳이 이런 방법을 정리하거나, 전자책을 작성하거나 강연까지 하려는 저의 모습이 이상해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처음 준비하는 분들에겐 막막할 수 있는 게 기사 시험이고, 공부를 잘하고 있음에도 불안하고 방향성을 잃은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이렇게 다시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취업시장이 어려운 시기에 조금이라도 미리 스펙을 쌓으려는 4학년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효율적으로 공부하길 바라는 마음에 이렇게 글을 썼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그래서, 자격증을 취득하고 나서 어떻게 쓸모가 있었는지를 간략하게 말씀드려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