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을 확인하지 않은 저녁

무작정 뛰어가다가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by Nos

제 퇴근길은 1호선을 타고 성균관대역에 내린 후, 거기서 버스를 타고 20분을 더 가야 합니다.

문제는 지하철과 버스 시간이 늘 겹친다는 점이죠. 늘 성균관대역에 내리고 나면 3분 안에 버스가 도착하더군요. 이걸 놓치면 다음 버스는 20분 뒤인데, 성균관대역 앞에는 긴 사거리가 있습니다. 이 사거리를 건너야 버스를 탈 수 있기에, 저는 매번 보행자 신호가 들어오면 뛰어갈 수밖에요.


오늘도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버스가 한 정거장 전이라는 알림이 떴습니다. 헐레벌떡 계단을 뛰어올라 1번 출구로 나오니, 사거리 신호는 20초 남아 있었습니다. 저는 누구보다 빠르게 뛰어 사거리를 건넜습니다.

사거리만 건너면 일단 성공입니다. 직진 신호를 받아야 하는 버스는 다른 차선의 좌회전 신호를 기다려줘야 하기 때문이죠. 그 사이에 저는 걸어서 충분히 여유 있게 정류장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웬 걸? 오늘따라 갑자기 버스가 바로 신호를 받고 들어오더니 제 앞으로 슝 지나가버렸습니다.

이상한 걸 눈치챌 틈도 없이, 저는 버스를 놓치기 싫었기에 또 뛰어 올라탔습니다.

기사님이 잠깐 기다려주셨기에, 저는 감사인사도 까먹지 않고 자리에 앉았죠.


그런데 뭔가 좀 이상했습니다. 왜 이렇게 한산하죠?

분명, 이 버스의 노선을 봤을 때 사람이 없을 수가 없는데 버스 안에는 저와 다른 남자 두 명뿐이었습니다.

그제야, 이상함을 감지한 저는 버스 번호를 확인했습니다.

네, 역시 버스를 잘못 탄 거였습니다. 제가 타려는 버스는 이제야 직진 신호를 받고 들어오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저는 환승을 하고 싶었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버스는 이미 출발해 버렸거든요.


결국, 저는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 15분을 다시 기다린 채 다음 버스를 타야 했습니다.

버스를 잘못 탔다고 해서 큰일이 난 건 아니었습니다. 집에 조금 늦게 도착할 뿐입니다.

야근을 한 것도 아니었으니 이 정도 시간이야 길에서 보낼만했습니다.


저는 그 시간을 보내며 생각을 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서둘러야 했는지. 출근길은 항상 여유 있게 가고 싶어서 일찍 출발하는 제가, 퇴근길은 왜 이렇게 서두를까요. 놓치기 싫다는 마음 때문에, 필요하지 않은 '급박함'을 만들고 그 급박함속에 방향을 잃은 모습. 요즘의 제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들보다 늦을까 봐, 뒤처질까 봐 괜히 바쁘게 움직이지만, 저와는 맞지 않은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것. 오히려 더 늦어질 뿐이죠.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게 되면 두 배로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 법이니까요.


그저 집으로 가는 버스조차도 번호를 잘못 확인하면 이런 손해를 보는데, 인생이란 버스는 오죽할까요.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에서, 내가 타야 할 버스는 무엇인지, 이 번호가 맞는지를 정확히 확인하고 타야 제가 원하는 목적지로 도착하겠죠. 불필요한 노력과 불안함도 줄이면서 말입니다.


이제부터는 조금 늦더라도, 여유를 가지고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의 버스가 맞는지 꼭 확인하고 타야겠습니다. 인생이란 버스는 정류장 사이의 거리가 너무 머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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