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로 택한 이사는 언제나 설레는 법
저는 25살까지 본가에서 쭉 살다가, 편입 때문에 부산에서 2년 자취생활을 했었습니다.
2020년 1월부터 2022년 1월까지 약 2년을 살고, 바로 수도권에 계약직으로 근무지를 구하여 2022년 2월 말에 인천으로 상경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다시, 2025년 12월에 수원으로 이사를 했네요.
이제 거의 6년의 자취생활을 하였지만, 여전히 음식은 할 줄 모르고 청소만 그럭저럭 하는 철없는 30대 남자입니다.
다행히 저에게 이사를 하는 과정은 재밌고, 설레고, 좋은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첫 번째 이사의 경우에는 원하던 대학에 편입 합격 후, 첫 자취생활을 시작하던 순간이라 정말 기쁜 날이었죠.
보잘것없는 제20대에 몇 안 되는 빛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월세만 싼 4평짜리 원룸에 방을 구했었는데 운이 좋았습니다.
30대 후반 아들과 70은 되어 보이는 아버지가 같이 유지관리하는 건물이었는데, 난방도 공짜였고 워낙 친절하셨거든요. 다른 집들보다 5 ~ 10만 원 정도는 더 쌌던 월세 덕분에 저는 배달음식을 몇 번 더 시켜 먹으면서 열심히 공부를 했었습니다.
자취생활을 하면서 새롭고 신비했던 건 바로, 홀로 있는 기분과 느낌이었습니다.
단순히 피자를 먹더라도, 항상 가족들이랑 같이 피자를 먹다가 혼자 피자를 사서 자취방에서 먹으니 느낌이 색다르더군요. 타지에서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을 만나며 공부하는 2년 동안 외로움도 많이 느꼈지만, 즐겁기도 했습니다.
살림살이들은 거의 구매하지 않은 채, 학식만 먹으며 촌스러운 공대생처럼 다녔던 기억이 부끄러우면서도 그립습니다.
두 번째 이사 때는 긴장감과 두려움, 기대감이 섞인 복잡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첫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수도권으로 400km는 이동했거든요. 혼자 큰 캐리어와 백팩을 메고 급하게 방을 구한 뒤, 남은 짐들은 가족들에게 택배로 받으며 정신없이 사회생활을 했습니다.
아무것도 몰랐던 저는, 회사랑 걸어서 5분 거리인 곳에 자취방을 구했었죠.
출퇴근이 도보로 왕복 10분인 게 얼마나 행복한 건지 그때 당시에는 몰랐습니다. 지옥철을 겪으며 왕복 3시간 가까이 되는 곳을 다니게 돼서야 그 소중함을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죠.
도보로 왕복 10분인 곳은 5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고, 그 이후부터는 항상 왕복 2시간 이상인 곳에 출퇴근을 하며 사회생활을 했습니다.
이곳 인천에서 약 3년 반을 살면서, 경험했던 조직만 7개였습니다.
남들은 이사를 하라고 권유하기도 했지만, 저는 딱히 하지 않으며 지옥철을 견디며 출퇴근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사하는 과정이 힘들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게 두려웠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국엔 다시 또 3년 반 만에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에 구하게 된 일자리는 도저히 인천에서 출퇴근이 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첫 사회생활을 하면서 친해진 동료들은 전부 떠나기도 했고 인천 자취방은 인프라가 너무 좋지 않아 이용하면서 불편함도 컸습니다.
최근에 수원으로 이사하게 되면서는, 많은 걸 좀 따졌습니다.
단순히 지하철역 근처이거나 직장 근처로 집을 구하지 않았습니다.
내 집 주변에 인프라가 얼마나 있는지가 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기 때문이죠.
그렇게, 꼼꼼히 따지며 집을 구한 결과 지금은 대형마트, 편의점, 헬스장, 음식점, 샐러드 가게, 카페 등이 전부 도보 5분 이내에 인접한 곳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이사를 하는 과정은 별 거 없었지만, 그 별 거 없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처음 집을 알아볼 때는 이직하기 전 직장에서 매번 퇴근할 때마다 집으로 바로 가지 않고 주변 인프라를 살피러 다녔거든요.
지도상으로는 분명 괜찮은 곳이었는데, 막상 가보면 허허벌판이거나 인프라가 전무한 곳이 있었습니다.
당황스러울 정도로요.
반대로, 지도상으로는 애매했는데 실제로 가보면 이것저것 마음에 드는 인프라가 많은 곳도 있었습니다.
보통, 상가가 밀집한 곳이 대체로 이렇더군요.
일주일 정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결국 수원의 한 지역이 거주할 오피스텔, 주변 인프라가 너무 마음에 들어 계약을 맺게 되었습니다.
계약을 맺은 뒤, 현재 살고 있는 집주인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이삿짐을 포장하고 옮기고 다시 푸는 이 과정은 힘들고 고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제가 백수일 때라, 꽤 여유롭게 이사 과정을 해치울 수 있었죠.
이사는 준비 과정들은 전부 힘들었지만, 마지막에 이삿짐을 풀어서 가구를 배치하는 과정은 꽤나 즐거웠습니다.
그렇게, 입주하게 된 오피스텔은 저를 변화시켰습니다.
청소도 대충대충 하고, 요리도 거의 안 하던 제가 지금은 무선 청소기까지 구입하고 요리도 본격적으로 하려고 이것저것 용품을 사고 있습니다.
고작, 집이 바뀌었다고 사람이 이렇게 바뀌는 게 가능한지 의문이시겠죠? 하지만, 주거 환경이 바뀌면 사람도 분명히 바뀌게 됩니다.
이전에 자취했던 4평, 7평짜리 원룸은 주방이 싱크대, 가스레인지, 접시 거치대를 놔두면 요리할 공간이 아예 전무했습니다. 게다가, 책상과 침대, 옷장, 여러 물품을 놔두면 집이 꽉꽉 찬 느낌이 들었죠. 이곳은 제가 살아가는 곳이 아니라 '머물다'가는 공간이었습니다.
어서 빨리, 이곳을 탈출하고 싶다는 마음만 강하니 집에 도저히 정이 안 들어서 깨끗하게 관리하지는 않았습니다.(집주인 분들에게는 꽤 미안하지만, 영구적으로 손상시킬 정도로 더럽게 살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10평짜리 오피스텔에 오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싱크대, 가스레인지, 접시 거치대를 공간을 제외하고도 요리할 공간이 생겨났습니다.
각종 저장공간이 크게 늘었고, 심지어 복층인 덕분에 이것저것 짐들도 위로 올리고 나니 제 생활공간이 두 배는 넓어진 느낌입니다.
층고가 높아진 만큼, 시야가 탁 트이고 답답한 느낌도 사라져서 숨도 탁 트인 기분이 듭니다.(조금은 과장한 것이지만, 진짜 이런 느낌이 듭니다.)
이제 이곳은 잠깐 '머물다'가기 위한 곳이 아니라, 오랫동안 거주하고 싶은 곳이 된 거죠.
그러다 보니 본격적으로 집을 꾸미고, 관리하게 되면서 더욱 쾌적하게 살고 있습니다.
환경이 바뀌니, 마음이 바뀌게 되고 그 마음이 저의 생활습관을 바꾸게 된 게 흥미롭습니다.
하루에 한 번씩 청소기를 돌리는 제 모습은, 제가 봐도 꽤 낯설거든요.
되돌아보니, 제 자취생활은 점점 더 발전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네요.
단순히 평수는 4평 → 7평 → 10평으로, 신분은 대학생 → 직장인 → 백수(?)로 말이죠.
이사를 할 때마다, 조금씩 제 생활과 마음은 점점 더 좋아졌습니다.
백수가 된 지금은 최고로 행복합니다.(물론, 이 행복이 오래가지는 않겠죠)
현재의 집이 정말 마음에 들지만, 만약 또 이사하게 된다면 더 넓고 쾌적한 곳으로, 직업은 제가 원하는 겸업작가의 삶을 가지게 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