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작은 숲이 필요하다
이번에 소개해드리고 싶은 영화는 <리틀 포레스트>입니다.
일본 만화가 원작인 이 영화는 힐링 그 자체인 영화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2022년에 첫 계약직을 관두고 백수로 지낼 때였습니다.
뭔가 무기력함에 휩싸였고 힐링을 하고 싶었던 제가 영화를 검색하다가 보게 된 게 바로 이 <리틀 포레스트>였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농촌 배경과, 주인공 혜원의 평화로운 일상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언젠가 다시 전쟁터로 되돌아가야 할지라도, 저렇게 평화로운 시간도 있어야 전쟁을 치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여름의 쨍쨍함과 푸름이 돋보이는 <리틀 포레스트>를 보면서, 제 마음도 다시 쨍쨍해질 수 있었습니다.
이번 리뷰는 영화 자체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단 제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이 곁들여질 것 같습니다.
임용시험에 불합격하여 고향으로 내려온 혜원.
회사에서의 폭언과 직장생활에서 느끼는 회의감으로 귀농하여 과수원을 하고 있는 재하.
지방에서 이미 은행원으로 일하고 있던 은숙.
주인공 혜원이 휴식 차 고향을 방문하면서 오랜만에 고향친구들인 재하와 은숙과 사계절을 보내는 게 주요 줄거리입니다. 서로 사소한 일로 다투기도 하지만, 맛있는 걸 해 먹으며 결국 화해하기도 하면서 농촌의 사계절이 흘러갑니다.
사회적인 경력, 커리어로 보면 흔히 말하는 "공백기"이지만, 혜원의 마음엔 공백이 아닌 꽉 찬 시간을 보내며 혜원은 그렇게 마음을 회복해 나갑니다.
저는 사실 살면서 힐링을 주제로 한 영화는 잘 안 봤었습니다.
책도 힐링이 섞인 장르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죠.
하지만, 앞서 말했듯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퇴사를 한 뒤 정처 없는 방황을 하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시기였지만, 앞으로 나아갈 힘이 없었던 저는 잠깐 멈춰야 했습니다.
그 멈춤의 시기에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휴식을 하고 쉬어가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게 간접적이고 가상의 세계인 영화, 소설이라 할지도요.
주변에 있는 취업준비생들과 저의 친구들은 모두들 저만치 달려 나가고 있었기에, 저는 외로웠습니다.
자괴감에도 빠지고 혼자서 자책도 하면서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죠.
그런 저를 구원해 줬던 것이 바로 힐링이라는 장르였습니다.
모두가 달려 나가고 있는 정신없는 세상에서, 잠깐 멈춰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그들의 심정을 알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2022년 7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저는 취업시장이라는 레이스에서 잠깐 벗어나 휴식을 취하게 되었습니다. 약 10개월 간의 이 시기는 저에게 있어 무엇보다 소중한 시기였습니다.
이 시기가 있었기에, 저는 무너졌던 정신을 다시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야 할지의 방향도 어렴풋이 알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 있어 힐링은, "잠깐 멈춰서 휴식을 취해. 어차피 다시 달릴 거잖아? 그러니깐 맘 편하게 쉬면서 주변을 돌아봐. 다 돌아보고 나면, 이제는 너 자신을 한 번 살펴보는 게 어때?"였습니다.
앞만 바라보면서 쭉쭉 달려 나가는 삶도 분명 멋지고 위대하지만, 잠깐씩 하늘을 살펴보는 아름다움이 없다면 너무 삭막하지 않을까요?
숲이 없는 땅은 결국 사막이 되는 것처럼, 나만의 작은 숲을 가꾸지 않고 달려가면 나의 족적은 금세 메마른 땅으로 뒤덮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과 함께 내가 하는 일을 의심하면서 무너져 내리면, 아무리 아름다운 길이라 하더라도 더 이상 걸어갈 수 없게 되거든요.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게 되는 것보다는, 잠깐 멈춰서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잠깐 멈췄었던 저는, 2024년 10월 현재에는 다시 달려 나가고 있습니다.
일을 하면서, 글을 쓰고 작가의 삶을 꿈꾸고 있습니다.
남들보다 오히려 휴식이 적어도, 더 잘 달려 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원하는 목표와 삶의 방향, 의미가 명확히 정해졌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 모든 건 저의 공백기 덕분이었습니다.
앞으로의 제 인생에 공백기가 또 올 수도 있습니다.
갑자기 슬럼프가 오고, 인생에 또 의미를 잃고 방황을 하게 되는 순간이 올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시기에 저는 과감하게 다시 휴식을 취하며 재정비할 겁니다.
분명하게 말하건대, 그 시기가 오더라도 저는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휴식을 취할 줄 아는 사람이었고 그 휴식을 통해 다시 일어섰으며, 다시 달렸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리틀 포레스트>의 혜원이 처럼, 우리만의 작은 숲이 필요합니다.
이 숲은 달려서 통과하기 위한 공간이 아닙니다.
잠깐 멈춰서 숲의 풍경을 구경하며 치유하는 공간이죠.
휴식보다는 항상 자신을 몰아세우며, 쉼 없이 달렸던 분이라면 잠깐 멈춰보는 게 어떨까요?
그 멈춤이 있어야만, 인생이라는 숲이 더 풍요로워질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