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함 밖의 완전함
지금껏 눈 가리고 살았다만 세상은 생각보다 ‘상식’ 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모양은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늘 정의가 제대로 실현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자 원리라 생각했다. 어디서부터 그런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인간은 비슷한 도덕적 가치를 공유하고, 그게 진실된 선이라 여기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인간을 쉽게 솎아내고 재단할 수 있다. 그들의 오류는 역설적이게도 끔찍히 잔혹하면서도 충분히 상상 가능한 범위의 죄라 - 인간이 행할 수 있는 ‘행위’ 중 정상적 범위의 교집합을 제외한 여집합은 무수히 많다! 예상이 불가능할 뿐이지, 우린 이미 그것이 얼마나 ’비정상적’ 일지를 알고 있다. - 우리는 늘 좌절하고 분노를 느끼며 그들을 비난한다. 그들은 어떠한 행위로 ‘우리’ 와 같은 정상적인 사람들과 결을 함께 할 수 없게 되었으며, 우리는 명확해진 선을 가운데 두고 마치 우리가 우월한 고등체인 것 마냥 심성부터 지능까지- 그들을 이루는 모든 구성물을 하대한다.
이유는 명확하다. 우리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끔찍한 행위를 마주하며 피어오르는 모든 부정적인 감정은, 정당하기 때문이다.
다만 나도 분노로 가득 찼을 때 누군가의 죽음을 바랬던 적이 있었으며, 일면식도 없는 아무개를 시기질투하며 단점을 찾아내기 바빴던- 흉물스러운 감정이 채 마르지도 않은 시절이 있었다. 결국 행동으로 파생된 결과가 사람을 직접적인 단두대에 올린다지만 나는 그들의 본성과 나의 본성이 완전히 다르다는 말은 하지 못하겠다. 누군가를 향한 혐오와 증오의 발생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의 문제라면, 나 또한 잠재적인 위험성을 일렁이며 살아가는 문제아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럼 내가 그들과 다른 건 무엇일까? 그들이 사회적 합의를 깨부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면서까지 얻고자 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상식만이 사회에서 우리를 보호해 주는 무형의 보호막인데, 상식을 지킬 생각이 없는 이들로부터 우릴 보호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모르겠다. 아마 예전 같았으면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며 성찰하는 것’ 이라 답했겠지만 사실 겉멋만 들은 답변이다. 그걸 모르는 사람이 있기나 할까. 아이러니하게도, 평화를 외치기 위해선 힘이 있어야 한다. 불완전한 나를 바로세우고, 여전히 알지 못하는 올바른 가치를- 아니, 좀 더 포괄적으로 ‘올바름’ 을 추구하기 위해서도 어떠한 힘이 있어야 한다. 나는 요즈음 그것이 종교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종교는, 무신론자들에게 꽤나 고전적 가치 정도의 취급을 받는다. 나에겐 과거의 유산이었던 토속 신앙과 비슷한 개념이었으니,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그들에게 종교라는 개념이 ‘낮다는’ 인식에 비해 얼마나 높은 진입장벽을 가지고 있는지 대강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종교를 업신여기는 자들의 탄생과 지속은, 산업 혁명과 눈부신 과학 발전에 떠밀려 인간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자아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라 짐작한다.
나 또한 비과학적이라는 논거로 종교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려 하지 않았지만, 요즈음 나는 종교가 가르치는 사랑과 포용의 덕목만이 울타리가 되어 그 안에서 인간을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게 만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태이다. 종교를 중심에 두지 않고 문명을 발전시키고 있는 시대는 우리가 처음이다. 종교 없는 발전은 인간의 악한 본성을 더욱 부추기는 꼴이 되었으며 결국 인간은 스스로가 만든 틀에 갇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런 면에서, 종교는 우리 안에 내재된 악한 본성을 인정하고,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끊임 없는 반성의 기회와 사랑을 제공한다. 스스로의 안에서 고착되지 않고 타성을 깨고 나올 힘을 주는 것이다.
인간이 고등 생명체인 이유는 발달된 지능과 복잡한 조직 및 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 여겨지나, 더 나아가 인간은 본성 이상의 차원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이 있다. 그것이 인간을 완벽한 ‘고등 생명체’ 로 만들어 주는 잃어버린 하나의 퍼즐 조각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본질적인 ‘인간됨’ 을 되찾기 위해서 종교가, 더 나아가 신앙이 주는 ‘힘’. 본성을 극복하고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을 좇으며 진정으로 평안해질 수 있는, 그런 힘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