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쏟아진다.

by Traum

아침 5시 반, 하루를 시작한다.

도시락 3개를 싼다.

밥을 쌀 수 없기에, 매일 조금씩 다른 샌드위치를 푸짐하게 만들어서, 과일, 야채와 함께 싼다.

아침부터 재료로 쌓인 부엌이,

어떨 때는 뿌듯하고, 기쁨이지만,

유난히 좀 피곤한 날에는 거슬린다.


난 아침잠이 많은 사람이다.

그런데 언제나 그렇듯, 나의 특성과 성격 등등과는 전혀 무관하게, 춰서 살아갈 뿐이다.

어느 날은 보면, 내가 알고 있던

익숙한 내가 없어진 것 같다.

설마 없어졌겠나, 그저 다른 모습의 나로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어서겠지... 하면서도, 낯설 때가 있다.


아이들은 7시 전에 등교를 하고,

남편은 8시 전에 출근을 하고,

나는 후다닥 정리를 하고, 곧이어 출근을 한다.

이미 깨어있는지 오래된 느낌이지만,

일차적으로는 커피로 버틴다.


문제는 그다음.

점심시간이 지나서 점점 더 잠이 쏟아져서,

오후 5,6시쯤 되면 잠이 절정으로 쏟아진다.

쉬고 싶다. 이 시간이 되기까지, 나는 단 1분도 앉아있지 못한다. 끊임없이 독일어를 듣고, 쓰고, 읽고, 말하고 있다. 지친다. 밖에서 한국말을 듣고 말할 수 없는 환경에서 인생의 반을 살아가는데, 내 몸이 피곤하면, 그만큼 짜증 나는 게 없다.


집에서도 나는 또 수업이 있고, 틈틈이 그 사이 엄청난 빠른 속도로 저녁을 해놓아야 하는, 이것이 나의 저녁이다.


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1학년인 아들들.

어떤 과목도 타인의 도움을 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는 아이들. 아이들에게 가끔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갑자기 밑도 끝도 없는 어느 과목, 어느 단원을, 설거지를 하거나 빨래를 정리하면서, 한쪽 손과 한쪽 눈으로 독일어로 되어 있는 것을 보고, 한국어로 설명하고 봐준다.


씻고, 시간을 보면 밤 12시가 다 되어간다.

어느 날은 토끼에게 한국어로 말을 건다.

익숙해졌다.

그리고 괜찮다.


그런데 어제오늘,

진심으로 너무 졸리다.

비정상적으로 잠이 쏟아진다.


오늘, 문뜩 그 이유가 떠올랐다.


며칠 전, 너무 오랜 시간 속앓이 했던 문제가 해결되었고,

지금 출근하는 학교도 잘 맞으며,

며칠 전보다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동안 너무 오랜 시간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들이 지나간 추억으로 남겨졌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올해, 참 많은 일들을 겪고 해내고, 버텨왔다.


그래서 나의 몸이 내게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이제는 편히 자도 된다고. 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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