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 향이 가득한 반짝이는 우리 집

by Traum

사실 올해는 크리스마스트리를 생략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나도, 남편도… 올 한 해는 너무 큰 일들을 많이 해온 터라, 유난히 힘이 없다. 나무를 사러 갈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해야 하나... 솔직히 그랬다.

그런데 아이들의 서운해하는 얼굴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남편은 대안으로 플라스틱 트리를 제안했지만, 나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어릴 적 집에 있던 그 트리가 떠오를 것만 같았고,

그와 함께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까지 밀려올 것 같아서.

그래서 나는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독일에 처음 왔던 해부터, 나는 한 해에 두 개씩 예쁜 장신구를 모았다. 하나에 5유로를 넘지 않는 것들로만 한 겨울에 딱 2개씩만.

그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길고 추운 독일의 겨울을 버티게 해 준

나만의 작은 생명줄 같은 것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겨울 속에서, 그 작은 장식을 고르는 것은,

정말 내게 주어진 단 하나뿐인 유일한 낙이었다.


그래서 첫아이가 태어난 해부터는 매년 나무를 사서,

그동안 모아 온 작은 보물들로 트리를 장식했다.

그리하여 매 해마다 트리의 조금씩 장신구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그 조용하고 소박한 시간이

어느새 우리 가족의 겨울을 밝혀주는,

우리 집만의 크리스마스 전통이 되었고,

그 따뜻한 분위기를 아이들은 참 사랑하게 되었다.


올해도 여느 해처럼 11월 마지막 주말에 나무를 사러 갔다.

나무를 고르러 가는 길, 아들들의 마음은 이미 설렘으로 가득했다.

노래를 부르고, 서로 장난치며 웃는 그 모습이

보는 내내 마음을 간질였다.

아마… 오늘의 이 장면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이제는, 그 크고 무거운 나무를

두 아들이 함께 들어 옮긴다.

어느새 이렇게 자라준 걸 보니,

문득 가슴이 뜨거워졌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나서, 우리는 트리를 함께 꾸몄다.

아이들의 맑은 웃음이 집 안 곳곳을 채우는 소리에

나는 어느 순간 깊은 행복 속에 잠겨 있었다.

트리에 걸린 수많은 장식들을 바라보니

그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내가 외로고 힘든 어둡고 추운 겨울을 버텨온 시간들,

그 시간마다의 감정과 눈물과 희망이

작은 조각처럼 하나하나 빛나고 있었다.


지금까지 함께 견뎌준 남편에게 새삼 고맙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주고 있음에 또다시 감사했다.


따뜻함이 은은하게 번져가는 그 순간이

너무 사랑스럽고, 너무 예뻐서

한참을 그냥 바라보고 있다.

집 안에 번지는 따뜻한 공기, 내가 좋아하는 솔 향.

부드러운 불빛,

아이들 웃음소리,

그 모든 게 어우러진다.

너무 반짝이고 이쁘다.


매 해마다...

특히 작년과 올해,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가 찬 일들이 많았었는데,

이 이쁜 트리가 모든 것을 머릿속에서 사라지게 만들어주고 있다.

나의 마음을 어루어 달래주면서. 이쁘게 빛나도록.


오늘 만든 우리만의 반짝이는 트리를 바라보며,

나는 나에게 속삭인다.

' 이제는 미소 지어도 괜찮아.

그럴 자격이, 그럴 시간이

너에게도 충분히 있어' 라고.


우리집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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