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에게.
일주일 동안 애쓰느라 정말 고생 많았어.
하루하루 견뎌내느라 얼마나 힘들었어.
하고 싶은 말들, 생각들 다 삼키고
그냥 꾹꾹 참아내느라
얼마나 속이 끓었어.
그래도 네가 너를 지켰잖아.
고생한 만큼은 아니지만
보상을 받은 느낌.
조금 일찍 퇴근하니까 훨씬 낫지?
우리 큰아들.
드디어, 이번 학기 아주 중요한 독일어 시험이 끝났네.
뭔 한 시험마다 그렇게 오랫동안 애들을 붙잡아놓는지...
네 시간 동안 쓰느라 정말 수고 많았어.
너무 자랑스러워. 대견해!
너무 많이 써서 손가락 마디가 부어올랐더라.
시험공부에 쓰고, 시험 보느라 또 쓰고.
모든 과목을 그렇게 끝없이 써 내려가야 하니
얼마나 힘들까.
엄마, 아빠가 다녔던 한국의 학교와는
전혀 다른 시험인데
우리는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데
너희는 너무도 잘 받아들이는구나.
다행이면서도,
이 말도 안 되게 어려운 언어를
모국어처럼 쓰고 있어서... 미안해.
언제나 네게 하는 말이지만
그 많은 언어들, 딱 그 정도만 해도
이미 너무 훌륭해.
너의 노력에 정말 고마워.
우리 작은아들, 나의 비타민.
사춘기가 올 듯 말 듯하지만
아직 너무 귀엽고
어릴 때 얼굴이 그대로 남아 있는
맑고 동그란 큰 눈을 가진 너를 볼 때면
엄마의 모든 힘듦이 싹 사라져.
달려와서 안기고
엄마랑 같이 누워 장난치고
도란도란 이야기할 때
엄마가 얼마나 행복한지 아니?
12월에만 열 과목이 넘는 시험을 보는 아들.
잘 해내주고 있어서 대견해!!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는 너인데,
뜻하지 않게 이런 교육 환경에 놓이게 되어,
너무 많은 언어를 해여하서...
엄마, 아빠가 정말 미안해.
그래도 재미있다고, 열심히 해줘서
고마워, 그런데 이 이상으로 그렇게 많이 안해도 돼.
이미 충분해, 너무 잘하고있고, 훌륭해!
남편,
애썼어.
정말 하루하루 애쓰고 있어.
무슨 이런 언어가 다 있냐고 말하면서도
하루 종일 독일어를 쓰고
책임을 맡고 있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야.
그런데 우리 둘 다 말이야,..
지금보다 더 애쓰지는 말자.
그 이상은 한 사람의 한계를
넘어선 것 같아.
그리고 나 해보고 싶은 게 있어.
우리… 언제가 될지 모를 몇 년 후에,
햇빛 드는 창가에 앉아
한국이 생각날 때마다 듣던 노래를 틀어놓고
여유롭게 커피를 마셔보자.
아무 걱정 없이 말이야.
독일어도 안 들리고
독일 사람도 안 보이는 그곳에서.
하… 상상만 해도 좋다.
고마워.
애써주고 버텨줘서 고마워.
이렇게 우리의 주말은
나의 손 편지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