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 가뿐해진 작은 아들.
웃고 떠들고, 다시 시험공부를 하는 모습을 보니
많이 좋아졌나 보다.
먹고 싶은 걸 이야기하는 걸 보니
마음이 놓인다.
독일의 많은 주들은
(주마다 방학 일정이 달라서)
이번 주 금요일까지 학교를 가고
2주간 크리스마스 방학에 들어간다.
그리고는
차갑고, 습하고, 어두컴컴한
1월과 2월을 다시 학교에 다닌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저 긴 겨울이겠지만
나에게는 이 1월과 2월이
눈앞마저 깜깜해지는 시간이다.
그냥 그렇다, 지난 20년 넘는 시간 동안,
20번의 겨울을 지나면서,
늘 그랬다.
아직도 양말도 안 신고 집 구하러 나갔던 눈이 펑펑 오던, 내 눈물도 그대로 얼어버렸던, 그날이 자꾸 떠오른다.
너무 피곤하고
지치다 못해
멍하니 앉아 나를 돌아보다가
책을 읽으려 해도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때
딱 한 가지 생각만 떠오른다.
‘한국에 가서 국내 여행을 너무 하고 싶다"
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
요즘 자주 떠오르는 생각이다.
20대 초반에 유럽에 와서
지금까지
유럽만 보고 살아왔다.
외국에 대한 환상? 유럽에 대한 환상은
오자마자 없어지기 시작해서, 정말 빠른 시간에 다 깨졌었다.
이제는 조금의 환상은커녕
너무 자세히, 너무 깊이 알아버려서
긍정적인 사고를 최대한 끌어올린다 해도,
NO, 이미 오래전부터 불가능하다.
나의 소원은
그저
밖에 나가면
한국말이 들리는 곳에 있는 것.
그거면 되는데,
너무 큰 소원이기에, 계속해서 소원해도 되는지조차도
잘 모르겠다.
며칠이 아니라
사실 몇 주를
아니, 몇십 년을,
독일어로 분주하고 험하게 살아내다 보니,
방학과 연말이 다가올수록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언가에 대한 그리움이
점점 더 커지는 것 같다.
가능한 날이
하루라도 빨리 오기를 바라며,
내일
방학 전 마지막 출근을 위해
입술을 꼭 깨물고
다시 출근해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