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크리스마스에 이렇게 쉬다니.
어이가 없다.
쉬고 있는데, 입술에 물집이 잡혔다.
쉬고 있는데, 잠이 너무 쏟아진다.
쉬고 있는데, 너무 쉬고 싶다.
너무 달렸나 보다.
돌이켜보니 올해 한 일이 너무 많았다.
희한한 사람을 만나 위험한 순간도 있었고,
반면 소중한 인연들을 만나 감사한 순간들도 많았다.
20년의 보상 같은 중요한 일도 무탈하게 마쳤고,
아이들에게도, 남편에게도, 나에게도
손에 꼽을 만큼 고마운 날들이 많았다.
희노애락.
2025년은
빨리 가길 바란 것도 아니고,
느리게 가길 바란 것도 아니었다.
4일 남은 2025년.
아쉽고, 고맙고, 또 다행이다.
얼마 전, 소중한 인연으로 알게 된 분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셨다.
“쉬실 자격이 충분히 있으셔요.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습니다.
그동안 너무 고생하셨어요.
정말 잠시 쉬셔도 되는데,
그 쉬는 방법을 모르실까 봐 그게 걱정이네요.”
그렇다.
잘 생각해보니 나는 쉬는 방법을 모른다.
장거리 달리기에서 멈춰 숨을 고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러 쉰다.
일부러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봐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연습하듯 하루를 보낸다.
그런데도 입술에 물집이 잡혔다.
몸이, 이제야,
긴장을 조금씩 푸는 모양이다.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좀 쉬라고.
피곤하다고.
이제 좀 살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