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과 뒤, 양옆이 다 막혀 있을 때.
지금 자리에서 버티는 것만이 답일 때
사람은 불안해진다.
내가 겪었던 수많은 불안은
언제나 ‘버텨야 할 때’ 커졌다.
그리고 그 버팀이 나만의 노력이 아니라
누군가의 결정에 달려 있는 순간,
나는 극도의 불안을 느끼게 되었다.
기다림에 지치다 보면 결국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수많은 순간들에서 우리는 ‘답’을 회피하고 무시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보아왔다.
상대가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들은 그 시간이 ‘자신의 오늘’이 아니기에
온전히 무시한다.
하지만 그 진행 상태를
기다리는 사람은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래서 극도의 분노와, 그에 따른 불안을 함께 안게 된다.
그럼에도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온전히 기다리는 수밖에.
내가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은
알 권리가 있는, 당연히 받아야 할 답에 대해,
마치 내가 잘못한 듯, 부당한 것을 요구하는 듯,
“일주일만 기다려봐.”
“한 달이면 돼.”
"얼마나 걸릴지 내가 어떻게 알아"
라는 상대의 화난 음성.
그리고 기다림 끝에 남는 건 불확실함과 또 다른 기다림, 그리고 어이없는 결론 뿐이었다.
이곳에 와서뿐 아니라 이미 청소년기를 지나면서부터
수없이 들어온 말들이라 이제는 진심으로 지긋지긋하다.
준비하는 사람도 나.
기다리는 사람도 나.
답을 받아야 하는 사람도 나.
그런데 왜,
그들은 화를 내는 걸까.
인생의 반 이상을 그런 소리를 들으며 살다 보니
이젠 정말 그만 듣고 싶어졌다.
이제는 그런 순간이 다시 오면,
내가 나를 자동으로 지키게 된 건지,
아니면 받아들일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건지
분노의 단계도 없이 불안해지다가
아무 생각도 없어지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비슷한 뉘앙스의 순간이 다가오기만 해도 그렇다.
쉬고 있는 요즘, 나는 내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번잡하던 머리가 조금씩 정리되고 있다.
오늘의 정리를 마무리했다.
불안을 느낄 만한 무언가가 있다면,
무한으로 기다려야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이제는 과감히 잘라낼 것.
시도조차 하지 않을 것.
이미 들어간 중이라면 나는 과감히 나올 것이다.
이제는 다시는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올해의 마지막 날을 향해 가는 지금,
내 안에서 큰 돌덩이 같은 것이
툭!! 하고 내려가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데.
인간적으로 이게 말이되나.”
라지만, 무조건 버텨야만 했던 그 큰 이유를
마침내 완료되었던 해이기 때문일까.
2005년부터 2025년.
진짜 너무 고생 많았다.
다시 하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한 사람의 한계를 넘는 너무도 많은 일들.
그 모든 날들이 다 지나가고,
이제 이렇게 마음을 정리하고
추억으로 만들 수 있는 내가 되었다.
오늘은 왠지, 내려놓고, 결단하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나를 조용히 토닥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