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학교 방학이 너무 자주 돌아온다.
6주 다니다가, 무슨 방학 1주,
또 6주 다니다가, 무슨 방학 2주.
우리가 사는 이 주는,
2월 중순의 카니발방학/1주일
4월의 부활절방학/2주일
5-6월 걸친 성령강림절/2주일
7월 말일~9월 중순 여름방학/6.5주일
11월 첫째 주 가을방학/ 1주일
12월 중순 지나-1월 초 크리스마스 방학. 2.5주일
이렇게이다.
처음에는
힘들 때쯤 잠시 쉬어 가니까,
좋은 줄 알았다.
아니다. 결코 아니다.
아이들에게는 독이다.
부모에게도 마찬가지다.
아이들 데리고 기분 전환 한 번 하기도 힘들다
방학 끝나고 줄줄이 중요한 것들이 있으니까.
학교를 다니고 있는 몇 주 또한,
학교 숙제를 하면, 공부를 다 한 거라 생각하고,
매주 과목마다 선생님들 맘대로 잡아놓은 시험들 때문에,
주요 과목을 평상시에 공부하는 것은 아예 성립이 안된다.
어느 방학이 끝나면, 다시 학교를 가서 정상 리듬에 올리는 것이 보통 일주일이 걸리고, 그 후에는 교사들이 번갈아가면서 몇 주씩 병가를 낸다. 그 빈 시간들에 따른 공부 내용은 알아서 하는 거로.
그리고 뭐 좀 하려고 하면, 다시 방학이다.
학원이 없다. 있다고 하나, 검증이 전혀 안된, 가면 더 깊은 미궁 속으로 빠지는 곳들이다.
독일 애들 말마따나, 공부를 잘하는 애들은, 원래 머리가 좋다고 밖에 해석이 안된다.
교과서는 절대로 뭔가를 적으면 안 된다.
다음 학년에 물려줘야 하니까.
보통 10년은 물려주는 것 같다.
모든 교과서가 그렇다 보니, 수학 문제를 풀 때도,
바로바로 연습장에 과정을 적고 등등하는 것이
끝까지 익숙하지가 않은 것 같다.
이웃 나라들의 언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수학, 과학에 대한 기본 개념은 건너뛴다.
내가 가르치는 초등학교 4학년 아이. 수학시간. 담임교사가 지저분하다고 괴정을 적지 말라고 하고, 답이 틀리면,
"넌 그러니까 고등학교 못 가"라고 한다.
작은 아들의 4학년 때 담임교사는,
인도에서 온 학부모의 "How are you?" 질문에 화가 나서...
그다음 날 전체 반 아이들에게,
"난 영어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독일어만 알면 되지 영어를 왜 알아야 돼? 독일어를 모르는 사람이 바보인거지. 나한테 영어로 말 걸지 말라고 너희들 집에 가서 얘기해! 우리 반은 영어 수업 이제부터 안 한다"라고 하고, 학교장은 담임을 감싸 안아서, 말문이 막혔던 일화도 있다.
김나지움 과학 선생님들은, 설 곳이 없다. 언어 교사들한테 밀리고, 애들도 또한 크게 관심이 없다. 일주일에 한 시간 있을까 말까 한 과학 과목들. 문제집도 없는 이런 나라에서, 과학을 좋아하고 흥미롭고 성적까지 잘 나오기란. 쉽지 않다.
이 나라에 오신 지 얼마 안 되는 한국 부모님들이 화가 많이 나셨다. 방학 동안에 대체 아무런 방법이 없이, 문제집 한 권 제대로 된 것 없이, 이렇게 그냥 노는 애들을 보고 있으니 화가 나신다고. 다 큰 애들이 갈 곳도 없지, 할 것도 없지, 너무 심하다고. 작은 애들은 그들대로 지루하다고 하지, 심심하다고 하고, 뭐 해달라고 하고. 내내 난리다.
한국에서 막 와서 첫겨울방학 2주를 보내는 아이들은 정말 뭘 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스럽겠지... 생각한다.
아들들은 방학 동안 책을 여러 권 읽어야 한다,
그에 따른 시험이 줄줄이 있기 때문이다.
방학 다음날 바로 시험 시작에,
발표 준비도 해야 하고.
정말 바쁘게 지내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이 말한다.
"방학이 길든가, 아니면 하질 말든가. 이게 도대체 뭐야.
쉬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모든 것들이 집에서 해결되어야만 하는 이곳.
모든 것들의 만능이 되어야만 하는 엄마와 아빠.
오늘 유난히 많이 받은 메시지들...
많은 분노와 어이가 없어서 나오는 하소연들...
일단은 그분들 진정을 나름 시켜드렸다.
물론 바뀌지 않을 것이기에 앞으로 화는 더 나실 테지만.
그리고 나를 토닥였다.
나는... 비킬 곳이 없기에, 아이들도 헤쳐나가야만 했기에, 그것이 아니면 방법이 없기에, 우리는 정면에 맞서 싸웠고,
아직도 진행 중이니까.
속으로 이야기했다
' 저도 정말 화가 나고 힘들고 지쳐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