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꿈일 뿐이야.

by Traum

고향을 떠난 지 너무 오래되었다.

외롭고, 고단하고, 어려운 길을 걸어왔지만

그래도 나름 강하게 잘 이겨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누구든 그렇듯,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고

같은 상황이라도 느끼는 감정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느낀 감정과 경험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나는 안다.

그건 너무 당연한 일이다.


나는 오랜 시간, 정말 똑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었다.

아침에 일어나 곰곰이 생각해보려 하면

이게 꿈이었는지, 내가 정말 그런 꿈을 꾼 게 맞는지

헷갈릴 정도로 선명했다.

기억이 나는 것도 같고, 나지 않는 것도 같은데

이상하게도 깨고 나면

항상 같은 장면, 같은 느낌이 남아 있었다.

꿈속에서 나는 어딘가에 앉아 있다.

낮은 의자에, 무릎을 많이 굽힌 채로.

일어나려고 애를 쓰지만

아무리 힘을 줘도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온 힘을 다하고 있는데도, 마치 머리 위에서 누군가 나를 누르듯, 아니면 다리가 펴지지 않는지

끝내 일어나 지지 않는 장면이다.


처음에는 그게

그저 느낌인지, 꿈인지조차 분간이 되지 않았다.

현실에서 본 적은 정말 없는데, 마치 그 느낌이 너무도 익숙하고 마치 있어서 오히려 더 헷갈렸다.

그렇게 정말 오랫동안 몇 년을 같은 감각을 반복해서 느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건 꿈이었고,

일어날 힘조차 없을 만큼 압박받으면서도

끝까지 버티고 있던 내 일상이

그런 모습으로 꿈에 나타났다는 것을.



어느 순간부터

그 꿈을 더 이상 꾸지 않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잊고 지냈다.


그런데 출근을 이틀 앞둔 오늘,

꿈은 꾸지 않았는데

그때의 느낌이

갑자기 나를 지배했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아는 감각이었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주저앉는 느낌.



그래도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어제는 그렇게 행복하게 지내고 오지 않았냐고.

그러니 오늘은

일단 포커스를 감사에 두자고.

그것이

내가 또 하나의 시간을

견뎌내는 방법이니까.


폭설. 차를 타고 가는데, 마치 눈이 나에게만 쓷아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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