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 몸이 먼저 기억하는 것들

by Traum

나에겐 트라우마가 여러 개 있다.

그 트라우마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옅어질 줄 알았는데

각각 나름의 방식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각각의 다른 상처들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때마다

과거의 기억은 새로운 장면을 덧입고

더 또렷한 형태로 남았다.


Trauma.

Ein Trauma (griech.: Wunde) ist ein belastendes Ereignis oder eine Situation,

die von der betreffenden Person nicht bewältigt und verarbeitet werden kann.

번역; 트라우마(그리스어: 상처)란, 당사자가 감당하거나 처리할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 또는 상황을 의미한다.


감당할 수 없고, 처리되지 않은 사건.’

이 정의를 읽을 때면, 왜 어떤 기억은 생각이 아니라

몸의 반응으로 먼저 나타나는지 이해하게 된다.


어제 그리고 오늘. 2026년의 1월.


방학의 마지막 날.

내일이면 다시 출근이다.

일상으로 돌아가 매일 독일어를 쉬지 않고 말하고,

독일 사람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까부터 가슴을 조여 온다. 아프진 않은데 편하지 않다.


숨이 막히진 않지만

가슴과 목 어딘가가 계속 걸린 느낌.

그러면 거의 자동으로 더 불편한 생각들이 이어진다.


이미 끝난 일들인데 그 사람들, 그 장면들이 자꾸 떠오른다.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아이들 앞에서까지 모든 것을 드러내며,

굳이 그 짧은 시간에 보여주지 않아도 될 바닥까지

끝내 보여주었던 기억들.


그래서 더 용서가 안 된다.

처음에는 누군가는 말했다.

잊으라고, 용서하라고.


하지만 두 번째다.

업그레이드된 상처는 잊으려 할수록 더 또렷해진다.

트라우마는 기억이 아니라 상태라는 걸

이제는 부정하지 않는다.


지금 이 두근거림도, 이 답답함도

나약함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몸이 배운 방식일 것이다.





내일 출근을 하면 여전히 불편할 것이고 여전히 몸이 먼저 반응할 것이다. 그래도 나는 안다.

숱한 불편함, 모욕, 차별, 부당함, 나쁜 사람들 등의

옆에 없었다면 쉽게 한 번에 믿기지 않을 나날들 속에서도

여기까지 살아왔고,

바뀐 거 하나 없는, 쭉 이어지는 이 가운데에서도,

나는 계속 살아가고 있음을.


처음에 용서해서 먼저 손을 내밀었던 나도,

용서하지 못한 나도,

잊지 못한 나도

전부 나다.


그리고 그 사실 하나만큼은

아직, 흔들리지 않는다.

나는 후회 없이 용감했다.

나의 아이들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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