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1년 차,
남편은 23년 차,
우리가 살던 곳과는 모든 것이 다른.
얼마 멀지 않은 곳에 나들이를 다녀왔다.
그곳의 한국 사람들은,
우리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듯하다.
물론 가정이 있고, 아이가 있다는 가정하에,
현지 언어가 아직 잘 되지 않으면,
학교에서 발생되는 모든 것뿐 아니라,
정말 많은 생활들이 불편하니
힘들다고 할 수 있겠다.
오래 살게 되면, 불편함이 당연히 있겠고,
모든 다가오는 행정처리가 불가능하니,
누군가에게 언제나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그런 단점이 있겠으나.
그건 단점이 아니라,
외국에 사는 외국인이 그 현지 언어를 못할 때
발생하는 당연한 일들이다.
그런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이에 관계없이 현지 언어를 배우는 것이다.
그러나, 굳이 우리같이 생존에 허덕이는 언어는 필요가 없어 보인다. 현실이다.
심지어 작은 아들은, 어제 금요일 집에 오는 길,
지하철 안에서, 몇 살 많아 보이는 직업학교 독일인학생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들었다고 전화가 왔다.
진짜 진심으로, 그만하고 싶다.
이제는 화도 안 나고, 속상하지도 않고,
사건들이 머릿속으로 입력조차 안된다.
12살의 아이도, "엄마, 한두 명이어야 화가 나지, 내버려두어, 그냥 저러고 살게" 라며 체념한다.
남녀노소 구분 없다.
그냥 이곳은 그런 곳이다.
인생의 반 이상을 이곳에 살고 있다.
그러나 세대교체가 되어도,
아무리 전 세계가 무한한 발전을 하며 미래를 위해 향해가도,
어떤 과학적 발전이 세상을 바꾸고 있어도,
이곳과는 무관하다. 정말 이렇게 상관없는 곳이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어쩔 때는 소름 돋는다.
20년 전엔, 송금하면 일주일 걸리던 것이,
몇 년 전부터는 5일 안에는 들어오더니,
얼마 전부터는 2일이면 들어오고,
지금은 바로 보내는 기능도 추가되었다는 것.
하지만, 여전히 월급은 3,4일 만에 확인된다는 사실.
모든 일처리는 되지 않는다고 일단 전제로 깔아야,
기다림이 최소화된다. 왜냐하면 기다려봤자, 일이 안되어있다.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일은 없던 것으로 사라져 버리게 된다.
모든 것은 우리는 당해야만 하는, 무조건 기다려야만 하는,
일방적인 방향만 존재한다는 것.
그 이상 등등,
하루에도 당장이라도 그만 살아야 할 이유는 셀 수 없이 쏟아지지만...
그리 오래 살던 곳,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고 있는 중간.
무 자르듯 한 번에 다 자를 수 없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당연한 것이다.
오늘 다녀온 그곳도 독일이다.
당연히 이 모든 일들은 발생된다.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는 이미 너무 익숙하다.
하지만, 내가 숨 쉴 수 있는 곳임을 알게 되었다.
나의 21년은,
밖에 나가기만 하면 열받아 들어오는 것이 일상이라,
먹고 싶은 걸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너무 지쳐서 배고픔도 잘 모르는 곳에 살고 있는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생각해보고 싶어지는 곳이다.
독일어는 문제가 없기에 살아가는데 문제는 없고,
아이들은 다 컸고, 더 클 것이기에 ,
지금까지 보다 더 심한 것을 더 겪는다는 건,
일단 가능성이 희박하기에, 걱정이 덜된다.
우리 네 식구도,
이렇게 온갖 고생 다 했으니까,
당장은 안되지만, 하루라도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을 찾아서 가도 되지 않을까?
욕심인 건가?
많은 생각이 든다.
네 식구 모두,
참 웃었다. 목소리가 좋았다.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한국에 갔다 온 것 같았다.
그리고 아우토반을 달리면서, 주가 바뀌자,
우리는 다시 시무룩해졌다.
다시 가는 그날을 기다리며,
디데이 기능을 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