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좀 덜 고생했을지도 몰라.

by Traum

밤새 엄청난 눈이 내렸다.


한 시간마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니,

어느덧 5시.


이제 젊은 나이가 아닌지,

잘 치워질 리가 없는 도로상황과 길거리 때문에,

눈이 오면 걱정부터 되는데,


우리 아들들은 학교 갔다 와서

썰매 탄다고 신났다.


밤새 울렁거렸다.

그리고 머리가 너무 욱신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더 이상 이 게르만들과

매일 만나는 현실 자체가,

내게 너무 큰 한계점이 다가온 듯하다.


열감이 느껴진다.

추웠다 더웠다를 내내 반복한다.


병원 예약이 될 리가 없기에,

일찌감치 생각도 안 한다.

약 30번의 전화 연결을 시도하면,

한 번쯤 받을런가, 그럼 병가를 내고.

약 한 시간 동안 맘먹고 전화해 봐야겠다.


무슨 이런데가 다 있나,

무슨 이런 사람들이 다 있나,

어떻게 이렇게 상식에서 벗어나는 것들로만

가득 채워질 수가 있겠나.


이보다 훨씬 더 숱한 많은 날들을

믿기지 않는 다가오는 많은 것들을

참아내고 이겨내고 버텨왔는데.


에너지가 바닥이다.

더 이겨내고 싶은 마음이 없다.

아닌 건 아니다.

지난날들이 쌓여 여기까지 온 것이겠지만,

다른 선택을 하고 살았었다면,

이 나라 사람들을 좀 덜 만났었다면,

혹시 좀 덜 고생했을지도 모를 나의 젊은 날들이,

너무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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