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연결 40번째.

by Traum

병원에서 일을 해봤기에,

이들이 왜 전화를 안 받는지 알기에!

그리고 연이어서 전화를 하지 않고,

약 10분 후의 간격을 두고 시도할 경우,

대부분은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가기에.

나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연결 시도를 해야만 했다.


인력 부족으로 아침 10시부터 11시까지만

전화를 받는다는 어처구니없는 안내메시지.


하지만 난 반드시 아침에 병가확인서를 받아야만 했기에.

굳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면, 필수가 아니었다면,

시간 아깝게 뭐 하러 이러고 있었겠나....

싶은 게, 현실을 마주하는 순간이, 참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마지막 39번째.

역시나 계속 통화 중.

나는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머리가 흔들리고 깨지는 것 같았다.

극심한 스트레스성인걸 나는 안다.


그리고 40번째.

연결이 된다.

심지어 받았다. 해결했다.


남편에게 문자 했다.

"어때? 멋져? 우리 사는 데가 아직도 이래. 앞으로도 그럴 거야. 난 오늘 내가 자랑스럽네."


남편이 답문을 한다.

"받은 게 어디야, 한 10년 전까지만 해도, 전화가 뭐야,

예약이 뭐야, 병원이라는 데를 가 본 적이 없잖아. 어떻게 가? 갈 수가 없었잖아. 발전했네. 오래 살고 볼 일이네!"


반어법의 허무한 넋을 잃은 우리의 대화.


허무하다.

허탈하다.


그리고 멍하니 앉아 밖을 보았다.


아침에 밖을 본 게 얼마만인가.

쌓인 눈이 이뻤다.

내 마음은 이미 당연히 비행기 안에 있다.

올해는 못 갈 것 같은 한국행 비행기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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