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나중에 지나간 세월을 생각하면,
후회가 없기를 바란다.
지금까지의 지나간 세월, 살아온 세월에 대한
미련은 없다.
다만 애초에 이 땅에 발을 들인 것을 후회한다.
그로부터 시작된 인생의 반,
비행기를 타고 내린 그 순간을 후회하기엔,
너무 세월이 지났다.
후회란, 나의 잘못된 선택에 있어서인데,
사실 나는 온전한 나의 선택이 아니었기에,
그 후회에 사로잡히고 싶진 않다.
그렇게 되면, 억울하기만 하고 참 가여워지기 때문이다.
많이 배웠다.
그 어떤 순간도 헛됨은 없다.
다만 굳이 몰라도 될 것들을 알았다.
오히려 모르고 사는 게 나았을 것들도 수만 가지이다.
그 삶을 이겨내느라,
나도 변했다.
한국에서 나올 땐 아직 어린 나이였으니까.
그리고 여기서 그때의 나는,
역시나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 다 헤쳐나가야만 했었으니까.
말을 알아들으면,
일처리가 빨리 되면,
가까운 곳에 쌀을 팔면,
거스름돈 받을 때 상대방이 던지지 않는다면,
지하철이 갑자기 안 멈추면,
전화가 잘 터진다면,
10월부터 5월까지 해가 좀 뜬다면,
인터넷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들 비상약을 구할 수 있다면,
일요일에 슈퍼를 갈 수 있다면,
남자셋 이발을 어딘가에 가서 할 수 있다면,
내가 5년에 한번이라도 미용실을 갈 수 있다면,
내가 아플 때 급히 갈 병원이 있으면,
내가 힘이 없을 때 먹을 게 있다면 세상에...
얼마나 좋을까........
얼마나 좋을까........
꿈일거야, 꿈이겠지.
이러한 생각들 초반 10년에,
10년 전부터 지금까지는,
변하지 않는 것들은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진작에 알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럼에도 아직도 우리는 천국에 사는 줄 아는 많은 이들이 있다. 이제는 그러려니 하지만, 가끔 눈물샘이 터진다.
억울했다가, 비통했다가, 한탄스러웠다가,
이제는 어떤 감정도 더 이상 없다.
그저 그런 세월들 다 버텨내어 잘 커주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진작에 없어져버린 나의 힘을 어디선가 또 만들어보아 끝까지 힘내보려 한다.
이제는, 나의 인생 전체의 반 이상이 이곳에 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