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보석

by Traum

남편의 졸업 동시에,

딱 6개월 주어지는 취직준비비자.


그런데 딱 독일 경제 위기 시작...

비슷한 시기에 졸업하신 분들은

하나둘씩 거의 다 귀국을 하셨었고,

주변 한국분들은 점점 안 보이기 시작했다.

남편은 그 와중에 취직이 되었다.


주변 모든 한국 사람들 중,

아니, 졸업하는 사람들 중,

애기를 데리고 졸업을 한 사람은 남편뿐이었다.

오전엔 학교, 오후엔 한 회사의 학생으로서의 알바,

밤엔 공부.

애기 때문에 무슨 잠을 잘 잤겠냐만,

과에서 가장 좋은 점수로 졸업했던 남편.

독일 교수의 칭찬과 응원, 우리 가족을 바라보았던

그날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래서 나는 학교에 가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우리 첫째 아들이 그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으면, 그렇게 그 모습이

내 마음을 간지럽히고, 목까지 차오르는 감정이 올라온다.


이상하지,

너무 가난했고, 배고팠던,

어린 엄마 아빠 만나, 혹시 배고프진 않은지 걱정만

한가득이었던 그날들이 그립다.


우리의 마음은 반짝이는 빛으로 가득했고,

지금 다시 생각해도 아기에게 최선을 다하는 부모였다.


그리고 독일에서 하루하루 버티며

우리만의 소중한 하루하루를 쌓아가는 중이었다.



그런 아기 시절이 있는 우리 큰아들,


김나지움(고등학교) 졸업 전까지 1년 반 남았다.


학교에서 맡은 임무 8가지,

동시 4개 국어를 완벽하게 하게 된 아들..


어제와 오늘, 이틀 연속,

아들은 10학년 후배들이 모인 강당에서,

앞으로 어떤 과정이 기다리고 있는지,

어떤 시스템에, 대학 입시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들을

학교 대표로 각각 약 1시간 동안,

동시 3개 국어, 독일어, 영어, 이태리어로

설명회를 갖었다고 한다.


순간,

난 얼음이 되었다.

수많은 궁금한 것들 중,

"뭐라고?, 너 어쩌다가 이태리어를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이게 나의 첫 질문이었다.


"엄마, 걱정 마, 다 잘 되고 있어. 나도 몰랐는데, 교장 선생님이 갑자기 부르시더라고. 이미 결정이 되어있었어. 나도 몰랐어, 그런데 다른 모든 선생님들은 이미 알고 계시더라고. 다 아는 친구들인데 뭐, 재밌게 잘 했어, 재밌었어 "



"얘들아,

엄마 아빠가,

참 너희들에게 감사해.

아무것도 못해줬는데,

이렇게 훌륭하게 커주고 있어서..

너무 고마워. 엄마 아빠의 보석이야"


라고 하고...

난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왜 그렇게 눈물이 흐르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우리의 반짝였던 16년 전이 생각나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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