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곳은
이상한 나라, 거짓말이 잔뜩인 곳 같다.
에이... 그냥 생각 아냐?
설마... 너무 화가 나서 그랬을 거야.
아냐... 설마 사람이 그런 말을 한다고?
허걱... 그런 일이 있다고?
아니다, 실제로 모든 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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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외식을 거의 안 한다.
그런 우리가 1년 만에 외식을 했다.
아이들의 반학기 성적표에 감동을 받았고,
지난주에 벌어진 일이 원만하게 문제없이 해결되었고,
날씨도 웬일로 좋았고,
나의 스트레스도 오늘만큼은 버릴 수 있었다.
이태리 식당을 소개받아 갔고,
이태리어로 맞이하는 직원과,
우리 아들은 이태리어로 대화도 주고받고.
이태리 음식을 싫어하는 나도,
맛있게 기분 좋게 먹었다.
역시.
그럴 리 없는 이 나라.
좋은 일, 잘 되는 일에,
절대로 기뻐하면 안 된다는 법칙을.
잊고 있었다.
왜냐하면, 잘 되는 일이 보통은 없기 때문에,
일 하나가 잘 해결되면 받는 느낌 조차를 잊고 있었던 것이다.
저녁 6시에 들어가서, 6시 20분에 음식이 나왔고,
6시 45분쯤 다 먹었는데.
계산하기까지 약 40분이 걸린다.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면 좋으련만...
뭐 그런 시스템에 불만을 가질 수는 없다.
원래가 그러하니..
우리가 앉은 테이블은 오픈 주방 바로 옆.
담당 직원은 심지어 우리 앞, 즉 주방과 테이블 사이에 있었다.
서서 코도 파고, 동료랑 수다 떨고, 핸드폰 보고,
전화도 하고, 다른 테이블 주문도 받고.
다 한다.
독일 사람이다.
나와 남편은 열받기 시작했고,
아이들도 화가 났다.
큰 아들이 일어나서, 3 발자국 걸어, 그 사람에게 간다.
" 우리 계산하고 싶다고 8번 말했잖아.
지금 30분 기다렸잖아.
우리, 계산하려고 기다리고 있어"라고,
이쯤 되면 오기가 생긴다. 언제 오나 궁금해진다.
우리보다 늦게 와서 우리보다 늦게 먹은 다른 테이블은
이미 계산을 했다.
명백한 인종차별인 것이다.
그녀는 아들에게,
"응 알아, 나 해야 할 일 있어. 더 기다려"
라며 등을 돌리고, 주방으로 향하더니,
음식 하는 사람과 손톱 매니큐어 색깔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야기가 다 들릴만큼 가까이 있었다.
40분이 지났을 무렵.
슬로우 모션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틀에 짜여진 질문을 한다.
"맛있었어?"
나는 얼굴을 빤히 보았고,
대답은 하지 않았다.
나의 인생의 반을 이곳에서 살아본 결과,
무시에 가장 적합한 방법은 무시다.
그동안, 무시에도 불구하고 친절로 답했더니,
어마어마한 무시의 큰 버전이 단체로 기다리고 있더라는 것.
그녀의 질문을 무시하고,
나는 계산을 했고,
보통은 팁을 조금은 주는 게 일반적이나,
오늘은 아무 말도 않고, 바로 팁을 안주는 버튼을 누르고,
음식값만 계산했다.
나오면서 아들은 우리에게 잠깐 기다리라며,
카운터의 이태리 사람에게 이태리어로 이야기하러 갔다.
" 들어오자마자 이태리어로 반갑게 맞이해 주고, 마침 나도 이태리어를 할 줄 알아서, 너무 첫인상이 좋았어. 그리고 음식도 진짜 이태리에서 먹는 것 같아서 좋고, 내가 이태리 사람이라면 여기를 찾아올 것 같아. 그런데 다 먹고 너희의 직원 때문에, 우리는 식사 시간보다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가 계산을 겨우 했어. 그래서 그 좋았던 분위기가 망가졌어. 우리 같은 느낌을 받은 고객이 다시는 없기를 바랄게. 다시 올진 생각 해봐야겠어. "라고.
독일에서 태어난 한국인 아이가,
이태리어로 이태리 사람에게 차분히 부당함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였다.
우리 동양 사람들은, 부당함을 당하고도 보통, 얼굴 붉히는 것을 피하기 위해, 혹은 언어가 아직 부족하니까 등등의 이유로 그냥 넘겨버리곤 한다. 나와 남편 또한 그랬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도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다.
이제 막 성인의 나이가 된 아들도 더 이상 참고 넘어가는 것, 안하겠다고 한다. 우리가 참으면 참을수록, 선을 넘는 부당함이 점점 더 가속도가 붙어서 생기기 때문이다.
주말 저녁,
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수많은 거짓말 같은 말로 다 표현 못할
매일이 최악 같은 차별과 고통의 날들만으로 가득했던
그 수많은 날들에서...
아이는 이렇게 자라고 있었다.
오늘 이렇게 나오지 않았다면 절대로 몰랐었을,
그런 아들의 모습을 보고,
두 손을 입에 데고, 뗄 수가 없었다.
'아들, 이렇게 자라주어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