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세월

by Traum

지인의 고민을 듣다가,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주말이었다.

지금 이 시간, 함박눈이 내리고 있다.


모든 가정이 똑같은 상황일 수는 없다. 당연히.

그런데 선택에 대한 각자의 책임이 있는 법이다.


어렵게 선택하고 온 이민행이 아니었을 것이다.

쉽게 왔다고 하기엔, 준비해야 하는 것이 너무 많다.

막연한 상상으로 오신 건 아닐 텐데.

이곳의 장점만 들으셨나?

아무도 단점을 이야기를 안 해서 모르셨나?

왜 한국 사람들은,

본인이 겪은 것이 은 경험이 아닌데도

좋게 포장을 하려고 할까?

나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다 궁금해하는 부분이다.

많은 잘못된 정보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ㅡ

말도 안 되게... 너무 많은 부분들이.

사실과 다르게 말이다.



잘 다니고 있는 아이들의 학교를 그만두고,

그냥 전학의 개념이 아닌,

나라를 바꿈으로써, 언어, 문화, 친구사이, 공부, 등등 모든 것이 바뀌는데, 당연히 단순한 "유럽살이"로 생각하진 않으셨을 텐데...


처음엔, "비자만 잘 나와도, 그게 어디야" 였다가,

"애들 학교만 불만 없이 다녀도 그게 어디야"

그 후엔,

"왜 성적이 이래? 온 지 두세 달 됐으면, 독일어가 되어야 하는 거 아냐?"

"왜 알아서 공부를 스스로 안 해?"라고 하셨다가...

"이 언어는 왜 이모양이에요?"

"이 사람들 일처리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등등 하나둘씩 수면 위로 떠오르는 말도 못 할 많은 문제들로...


겨우겨우 하루하루 살아가시는 중인데,

독일에 오신 지 몇 년 되신 한국 사람들에게서 받은 상처들로 많은 분들이 많이 힘들어하신다.


내가 여지껏 겪은 이 곳은,

결코 간단하게 되는 일이 전혀 없는 곳이다.


집, 집주인이 본인이 마음에 드는 사람을 뽑기 때문에, 집이 마음에 들건 안 들건, 돈의 유무와 관계없이, 독일어 가능과 전혀 상관없이, 집을 구하는 사람의 생각 따윈 중요하지 않다. 그렇기에 보통 구하기가 엄청 어렵다.


그런데 한국에서 오신 분들은, 일단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 나라 법이 그러면 따라야지 어쩌겠어"는, 내가 그 일을 안 해도 될 때야 하는 말이다. 내가 그 일을 하는 순간, 엄청난 스트레스가 쌓인다.

집을 5,6번 보러 가고, 더 이상 집주인한테 연락이 안 오면, 너무 많이 힘들어하신다. 당연한 건데... 정말 당연한 건데..


독일어를 아직 못 알아듣기 때문에, 한국분들을 만나시기 때문에, 도움도 받겠지만, 상처도 따라오는 법이다.

'누구나 겪은 건데... 나도 엄청났었는데...'

다 지난 나는, "어머나, " 하고 지워져 버리는 경험담이고,

본인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가장 심각하다.


부모는 언어가 어려워서 못하겠다고 하시고,

아이들의 독일어는 늘지 않고, 성적이 왜 이러냐고

집안 분위기가 매일 좋지 않다.


'왜냐하면요.. 오신 지 이제 반년 되셨잖아요 '

라고 말이 나오지만...

오죽 답답하시면 그러실까 싶어서... 듣고 있었다.


나는 오늘 하루 종일,

정말 많은 생각을 하였다.


마치 나는 어려움을 1도 겪지 않은 사람처럼,

나를 부러워하시는 분들.

할 말이 참 많지만,

할 수가 없었다.

이 분들은 현재 가장 힘드신 분들이 본인들이라 생각하시며,

그래도 나는 현재 시점 기준,

"지나간 일"로 되어버린 것에 그치니까.


또한, 나를 "그걸 이겨낸 강한 사람"으로 말씀하시며,

본인들은 "왜 이러고 있어? 왜 생고생하고 있지?뭐가 부족해서??" 라며,

또 다른 선택지를 찾고 계신다.


부럽기도 했다. 다른 선택지를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에.


그리고 다른 선택지라는 것은 아예 생각도 못하고 살았던,

그 많은 말도 안 되는 세월들을 입술 꾹 다물고 버텨온 내가,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히는 날이었다.


이런저런 생각들로,

잔뜩 흐린 오후의 창 밖을 보고 있던 나에게,

큰아들이 커피를 갖고온다.

"이런 날엔 따뜻한 커피가 최고지!"

작은 아들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엄마, 머리 너무 이뻐,

내가 꼭 성공해서, 엄마 제일 이쁘게 해 줄게"

라고.

나의 기나긴 세월은,

우리 아들들이 다 보여주고 있다. 그거면 됐다.

작가의 이전글잊지 못할 날-미용실